전자업계, 선진국 환경규제 대응 시급하다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일본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1’을 잘못 수출했다가 곤역을 치른 적이 있다. 때는 플레이스테이션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던 2001년이었고 소니는 대량의 플레이스테이션을 네덜란드에 수출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소니가 수출한 제품이 네덜란드가 정한 환경규제치를 벗어나 통관금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소니는 문제가 된 부품을 교체하는데 1800억원을 쏟아부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소니는 이처럼 엄청난 수업료를 치르고 난 뒤 자체 환경기준을 마련했고 자사에 공급하는 모든 부품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은 이 기준을 만족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이미 남의 일이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해외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환경물질과 관련한 대형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수출을 해야하는 산업구조상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2월에는 유럽연합(EU)에서 폐전기전자제품처리(WEEE) 지침과 유해물질 사용금지(RoHS) 지침이 발효돼 환경문제는 발등에 불로 번졌다. WEEE지침의 경우 오는 2005년 8월 13일까지 생산자가 폐전기전자제품을 회수,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별기업 또는 업계공동으로 구축해야 하고 2006년 말까지는 EU가 정하는 제품별 재활용율 목표(65∼75%)를 달성해야 EU지역에 제품을 팔 수 있게 된다. 또 RoSH 지침에서는 오는 2006년 7월부터 납·수은·육가크롬·카드뮴을 비롯해 브롬계 난연제인 PBB와 PBDE가 함유된 전기·전자제품은 EU시장에 내놓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EIAK)의 이희준 상무는 “수출에 당장 문제가 되는데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환경보호 차원으로 보고 서두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통상적으로 제품설계 단계에서 생산, 출하까지 이어지는 리드타임을 감안하면 이미 선진국의 환경규제에 대비한 작업에 착수했어야 하는데 인식도 못하고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심각성을 지적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전자제품은 대부분 납이 첨가된 솔더를 사용하고 있어 납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대체물질을 개발하거나 생산공정을 개선하지 않는 한 선진국에 대한 제품 수출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미국에서도 연방법과 주법에 제품별 환경규제 지침을 마련해서 시행중에 있고 컴퓨터·모니터·TV 등 각종 전기·전자제품의 경우 매립, 폐기를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 2001년 4월부터 가전 리사이클법이 발효돼 납 사용을 제한하고 가전제품의 경우 재활용을 위한 회수와 분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PC리사이클법도 제정 추진중이다.

 이상배 한국환경산업환경경영협의회장 겸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장은 “그나마 국내 전자업체중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은 납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물질을 개발중이거나 제조공정 조건을 개선해서 선진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기술과 자금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차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환경 관련 인력양성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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