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장 현지근로자 한국어 공부 `열풍`

 ‘해외 생산기지의 경쟁력은 현지인의 한국어 실력에 달렸다’

 삼성전기 등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일환으로 해외사업장 현지인의 한국어 능력을 업무평가에 적극 반영하는 등 새로운 인사고과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그간 현지화를 위해 중국어·베트남어 등 토착어를 습득하는 데 열정을 쏟았던 과거 모습과는 판이한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현지인 출신의 관리자급 인력을 지역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함이다.

 국내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한국어로 무장한 현지인을 활용, 본사와 현지의 가교역할은 물론 기술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또 글로벌 경쟁의 가속화로 해외 사업장에 대한 품질향상 요구가 거세진 점도 한국어 교육 도입에 한 몫하고 있다. 그간 해외생산사업장이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활용됐지만 이젠 저렴한 가격의 우수 품질을 생산해야 하는 등 그 비중이 커졌기 때문.

 그간 국내 업체는 해외사업장에 공정 개선기술 이전시 통역원을 활용하거나 영어로 기술적인 내용을 전달해왔지만 현지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등 언어소통 장애가 발생해 생산성이 저하되는 현상을 초래해왔다. 실제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콘덴서의 경우 부산 사업장 수율은 98%에 달하는 데 반해 필리핀과 중국 톈진 공장의 수율은 본사에 비해 4∼6%포인트가 낮다.

 삼성전기 품질경영팀 이평하 상무는 “기술진이 해외사업장에 공정 개선내용을 전달할 때 통역원을 두거나 영어로 기술적인 내용을 전달하지만 현지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등 언어소통 장애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한국향 지역 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연간 20여명의 관리자급 현지인을 3개월 또는 1년 과정으로 본사에 파견해 한국어·한국문화 등 정기교육 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 한국어 구사 능력을 인사고과에 반영, 이수생들을 현지법인의 핵심 인력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삼영전자(대표 변동준)는 중국 칭다오 법인의 과장급 이상 현지 인력을 대상으로 퇴근 후 1시간 가량 한국어교육을 시키고 매년 2회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다. 이 회사 안효식 이사는 “중국 칭다오의 생산성이 국내 70∼80%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어를 못하면 승진이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츠닉(대표 박주영)도 베트남 현지 법인 근로자 중 한국어 능력이 우수하면 인센티브를 주거나 핵심 요직에 배치하는 등 해외에 진출한 중견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자 한국어교습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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