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앞세워 현지 투자를 종용하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이 뿐만 아니라 일부 가전 에너지 효율 규제 철회도 예고했다.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관세 압박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압박했다.
2017년 6월 세탁기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고 2018년 1월 한국산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자국 가전사인 월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세이프가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서두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조치가 2023년 2월 종료된 이후 실제 효과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는 세이프가드 조치로 미국 업계의 생산, 규모,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 기업이 아닌 미국 내 생산을 시작한 '신규 진입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라고 분석했다. 양사가 생산량과 시장 점유율 증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탁기 △식기세척기 △가스레인지 등 일부 가전 품목에 대해 에너지 효율 규제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현지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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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에너지 효율 규제가 과도해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든다고 보고 규제를 철폐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에너지부(DOE)가 운영하는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 '에너지스타'와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인증하는 친환경 마크 '그린 초이스' 문턱이 낮아지거나 영향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효율 에너지 가전제품 분야 선두 기업이다. 지난해 EPA로부터 에너지스타 올해의 파트너상을 수상했고 컨슈머리포트가 꼽은 친환경 세탁기와 식기세척기에 다수 제품이 선정됐다.
반면, 친환경 세탁기 품목에서 미국 최대 가전사인 월풀과 GE어플라이언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월풀은 최고 친환경 식기세척기 품목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일체형 세탁건조기 대중화를 위해 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인데 에너지 효율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 대비 불리해지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 규제를 폐지하면 '고효율 가전'이라는 제품 선택 기준 중 하나가 흔들리는 것”이라며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점 등 다른 소구점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