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쇼크]세계 D램업계 미치는 파장

 미 상부무가 하이닉스 D램에 대한 57.37% 상계관세 부과 예비결정은 세계 D램 산업계에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제공하는 효과를 낳게 될 전망이다.

 호재는 상계관세 부과로 하이닉스의 대미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이 사이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 등은 하이닉스의 고정거래처를 접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악재는 D램 가격의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2분기가 전통적인 D램 비수기라는 점에서 가격 약세는 이미 예고됐다. 여기에 하이닉스가 무거운 상계관세 때문에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는 물량을 동남아 시장에 쏟아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설사 하이닉스가 동남아 공급물량을 늘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만약’에 무게를 둔 심리적 부담감은 D램 현물가격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익은 한국 업체가 챙긴다=최종판정은 6월경에 날 예정이지만 하이닉스로서는 이제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판매액의 57.37%를 관세로 예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 현지에 있는 유진공장을 풀가동해 미국 출하물량을 최대한으로 늘리겠지만 상계관세 부과 전에 비해 수출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계관세를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론을 비롯해 독일의 인피니온이 챙길 수 있는 실익은 제한적이다. 이유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D램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업체는 마이크론이 아니라 삼성전자다. 따라서 상계관세 판결로부터 자유로워진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이나 인피니온에 비해 좀더 많은 실익을 챙길 수 있음은 자명하다. 더욱이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이 9분기 연속 적자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기업의 신뢰도는 더욱 하락해 스스로 자신의 목을 죄는 역효과를 피해가기 어렵다.

 ◇메모리 가격에는 악영향=하이닉스 생산물량의 상당수가 아시아 시장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대만 현물시장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에 대해 시장은 염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미 상부무가 예비판정을 내린 2일 오후 12시 30분 현재 아시아 현물시세는 강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주력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256Mb(32M×8 266㎒) SD램은 이날 시장에서 3.20∼3.45달러(평균가 3.31달러)로 전일대비 0.60% 오름세를 기록했다. 반면 DDR 128Mb(16M×8 266㎒) SD램은 1.65∼1.90달러(평균가 1.70달러)로 보합세를 보였다. 초기의 시장반응은 큰 변화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비수기와 심리적 부담 때문에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과거의 관례상 현물가격이 하락하면 고정거래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쳐왔다. 결국 이러한 가격의 조정이 전체 반도체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이 상계관세를 보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에 따라 하이닉스가 놓칠 수 있는 미국의 시장점유율을 경쟁업체들이 나눠 가진 만큼 가격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로 남아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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