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LCD시장, 이라크전 장기화속 엇갈린 행보

 개전 10일을 넘긴 이라크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부품산업의 양대 축인 D램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의 2분기 전망이 엇갈려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단기 종전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대와 분기 말 밀어내기 등의 여파로 D램시장이 2분기에도 침체가 예상되는 반면, 올초부터 ‘나홀로 호황’을 구가해온 TFT LCD 시장은 이라크전에 상관없이 강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난 20일 이후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D램시장은 전쟁 장기화 전망이 나온 지난주부터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신학기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 주력제품인 DDR 256Mb(32M×8 266㎒) SD램의 경우 지난달 3달러선을 밑도는 수준까지 급락한 이후 이달 초 다시 강한 상승세를 탔으나 이라크전 장기전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주 27일까지 나흘 연속 약세를 보이며 6.2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가격도 다시 3.10∼3.35달러(평균가 3.15달러)대로 내려않았다. DDR 128Mb(16M×8 266㎒) SD램 역시 전쟁 전 5.39% 올랐지만, 지난주에는 3.41%가 하락한 1.65∼1.90달러(평균가 1.70달러)를 기록중이다.

 북미 현물시장에서는 DDR 256Mb 제품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DDR 128Mb는 지난 26일 3.90%가 하락한 1.80∼2.15달러에 거래되는 등 약세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장분석가들은 “최근 DDR 제품 하락세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 외에도 월말과 분기말을 맞아 매출실적을 의식한 일부 D램업체들이 밀어내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분기 말 출하량 증가와 2분기 전통적인 수요감소 등의 여파로 D램 가격약세가 재현될 확률은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TFT LCD는 중동시장이 극히 미미한데다가 PC시장 침체, 2분기 계절적 비수기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관(CRT) 대체수요가 여전히 강해 2분기까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초 상승세로 반전한 공급가격 역시 강보합세가 예상된다. TFT LCD 평균판매가격(ASP)은 이번 1분기에만 15·17인치를 중심으로 3∼5% 가량 상승했으며, 다음달에도 소폭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체로 대만업체들의 5세대 라인에서 생산이 본격화되는 2분기 말까지는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JP모건은 최근 LCD시장이 3분기부터 공급과잉과 가격하락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D램과 LCD 모두 PC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업종이지만, 반도체와는 달리 LCD는 이라크 전쟁 등 외생변수에 별 영향이 없을 정도로 CRT 대체효과가 워낙 크다는 점이 이처럼 상반된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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