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정부의 AS 급하다

◆정문경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 부회장 jungfrau@game.or.kr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유료화에 돌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시장 진출 경험이 없는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은 대부분 현지 서비스업체에 핵심 주도권을 넘겨준 상태에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쉬운 입장이던 중국 업체가 이제는 오히려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모든 일은 결국 ‘헤게모니의 상실’에기인한 것이다. 단적으로 국내 중견 게임업체가 중국 현지의 협력사로부터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로열티를 지급받지 못하고 마찰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중국시장 진출에 있어 파트너십의 구축에 대한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는 기존 온라인게임 퍼블리셔, 신규 온라인게임 퍼블리셔, 대형 포털, 대형 통신회사 등이 온라인게임 퍼블리셔가 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해본 경험도 많지 않으며 단지 게임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 퍼블리셔를 선언하고 활동 중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업체들이 로열티 지급을 연기할 경우 계약 파기를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시장이 워낙 큰 데다 중국에서 쌓아온 온라인게임서비스 기반이 무너지게 돼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울며 겨자먹기’식이다.

 또한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에서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해 다수의 중국업체는 “한국 업체들의 무성의한 서비스와 불성실한 계약 이행 때문에 결국 우리가 희생양”이라고 우기고 있는 탓에 중국 정부가 자국의 게임산업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국산 온라인게임의 현지 진출에 대해 규제를 가할 움직임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반(反)한류 감정에 피해를 입은 다수의 업체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철저한 계획없이 일확천금의 대박만을 노리고 막연하게 중국시장으로 뛰어든 많은 국내 업체들에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업체의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초기의 중국 진출보다 현재의 상황이 더 어렵다는 것을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잘 알고 있다. PC방을 청소년 탈선 장소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그릇된 시각이 온라인게임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중국 정부가 전면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게임 등급제’ 또한 온라인게임 한류열풍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거나 수출계약을 진행 중인 국내 온라인게임이 모두 80여개로 추정되며 국내 업체끼리의 과당경쟁에 의한 가격하락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성장하는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에서 장악력을 확보하고, 한국 온라인게임의 제2 중국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오는 7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게임전시회에 20여개 국내 업체의 참가를 지원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전시부스를 꾸며 주고 기타 제반 사항에 도움을 주는 단편적 수출지원만으로 국내 게임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가 제 몫을 다했노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 많은 온라인게임업체가 중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바이어를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후에 발생되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막기 위한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기업들이 당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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