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과거의 방만한 투자에 기인한 투자여력 부재 등의 여러가지 악재 때문에 올해도 불황의 늪을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라크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전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전세계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주요 통신업체들이 제시한 실적전망은 업계가 처한 극한상황을 대변해준다.
미 최대 통신업체인 AT&T는 최근 지난해 10% 감소했던 매출이 올해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미 최대 지역전화사업자인 벨사우스도 지난해 매출이 7% 감소했으며 이 회사의 올해 사업전망 역시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AT&T가 지난해 39억달러 수준이던 장비투자를 올해 33억∼35억달러로 줄이기로 하는 등 통신업계의 투자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여 장비업계의 동반침체가 예상된다.
유럽과 일본의 통신업체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도 통신인프라 시장의 장기침체를 들어 네트워크사업부의 55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스웨덴의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은 올해 사업전망이 불투명함에 따라 전체 직원 4000명 가운데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1200명을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의 NTT는 올해 설비투자액을 전년보다 10% 줄어든 9000억엔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85년 NTT가 민영화된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지난 17일 개최돼 이라크전 개전 하루 전인 19일 폐막한 ‘CTIA와이어리스’에 참석한 통신 관련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대부분 전쟁이 통신산업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그러나 일부 CEO들은 이미 이번 전쟁은 예견돼온 것이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을 들어 조심스럽게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일례로 미국의 통신업체인 소네라의 릭 바라비 CEO는 “전쟁은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일로 경기회복이 오히려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일 NTT도코모의 다치가와 게이지 CEO는 “이번 전쟁은 서구와 이슬람 문화의 충돌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이를 통해 전세계가 합리적인 가치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가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와이파이가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이라크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업체들의 3세대 투자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인텔, AT&T, IBM 등은 지난해 12월 미 전역을 대상으로 한 와이파이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코메타네트웍스를 설립키로 했고 인텔은 이와 별도로 이달초 로빙IP닷넷, 비바토, 브로드리치네트웍스, 프론토네트웍스 등에 펀딩하는 등 총 1억5000만달러를 와이파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독일 도이치텔레콤의 이동통신 자회사인 T모바일은 이달초 연내 자국내 200여개 도시에 UMTS방식의 3세대(3G)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서비스 지역을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과 미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10억유로를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 2위 이통업체인 싱귤러와이어리스도 기존 음성위주의 네트워크를 VoIP 네트워크로 대체할 예정이다.
물론 위성통신, 셋톱박스 등의 일부 분야는 이라크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 글로벌텔레커뮤니케이션스와 이리듐, 영국의 인마샛 등은 이라크전으로 기자와 군인, 통신 사각지대 관련기관의 위성통신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것도 반짝특수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카멜그룹의 애널리스트 지미 셰플러는 “이라크전 특수는 일시적 현상으로 수요가 커지려면 갈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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