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디지털TV는 약 70만대가 보급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평면브라운관 디지털TV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며 본격적으로 대형화면을 볼 수 있는 프로젝션TV, 흔히 벽걸이TV라고도 하는 PDP 등은 아직 그리 많이 팔린 것은 아니다. 가격이 일반TV에 비해 곱절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이럴 때 HDTV를 컴퓨터로 볼 수 있는 이른바 HDTV수신카드는 좋은 대안이다. 상대적으로 화면이 작은 것이 단점이지만 HDTV를 보기에 큰 무리가 없는데다 일반TV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화질로 HDTV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화면이 작은 것은 상대적인 단점이다. HDTV수신카드에서도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방식의 HDTV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튜너 등 필수장비는 그대로 갖추고 기존 HDTV수신카드에서 하드웨어로 처리했던 디코더를 소프트웨어로 CPU가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그래픽카드와의 문제도 덜 발생하고 펜티엄4가 기본이 되는 최근 추세에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HDTV 수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디지털방송으로 간다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무엇보다 아날로그 방식과는 비교하기 힘든 화질과 음질을 꼽을 수 있다. 처음부터 디지털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변환과정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신호로 전송해 디지털신호를 받아 보여주기에 전송하기 전과 같은 화질과 음질을 느낄 수 있다. 아날로그TV에 비해 비약적인 화질과 음질향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번에는 HDTV를 볼 수 있게 해주는 20만원대 안팎의 HDTV수신카드 3종을 분석해보도록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온에어 제품이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모든 소프트웨어 HDTV수신카드들은 한결같이 뛰어난 화질과 기존 TV수신카드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품질을 보이는 것이 장점이다. 그동안 부담스러웠던 HDTV를 보다 싼값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장점이다. 비록 튜너를 비롯한 일부 부품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디지털방식의 특성상 화질의 차이보다는 인터페이스와 안정성의 차이, 즉 소프트웨어의 차이에서 하드웨어 품질이 달라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통적으로 소프트웨어 방식 TV수신카드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CPU 점유율이다. 펜티엄4 1.8㎓로도 힘들며 적어도 펜티엄4 2.4㎓급에 ATi그래픽카드가 있어야 부담없이 쓸 수 있을 정도로 자원점유율이 높다.
아직도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는 진행형으로 보인다. 일부 제품은 화면이 깨지거나 몇 번 끄고 켜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을 보였다. 근본적으로 높은 CPU 점유율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굳이 1등을 꼽는다면 사람과셈틀의 온에어 DTV2000이다. 고급튜너를 이용한 화질은 물론 아날로그방식의 온에어에서 그대로 이어온 인터페이스가 쓰기 편하고 매우 안정적이다. 다른 제품에 비해 화면이 처음 보이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채널을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았으며,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가장 안정적인 작동을 보여주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다는 것은 흠이며 오른쪽 끝의 전원부에서 상당한 발열이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대신 입력단자를 따로 케이블로 처리한 것은 온에어답다는 생각이 든다.
디비코에서 선보인 퓨전 HDTV Ⅱ는 조금 서둘러 나왔다는 인상을 주었던 퓨전 HDTV를 하드웨어적으로 보완한 제품이라는 인상이다. 처음으로 HDTV카드를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오랜 멀티미디어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전체적으로 디자인에서 조금 썰렁하다는 느낌을 준다. 좀 더 가다듬은 화면이었으면 좋을 것이고, 최근 추세를 생각하면 모든 기능을 다 쓸 수 있는 화면과 간단한 TV시청만을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스킨을 모두 제공한다면 더욱 좋을 듯싶다.
시그마컴 사이버 HDTV는 실험에 참가한 제품 가운데 가장 보급형의 냄새가 풍긴다. 화질이나 기능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타깃을 고성능보다는 보급형에 맞춰 값을 낮추고 보다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충실한 입출력단자를 갖추고 전용은 아니지만 편하게 쓸 수 있는 리모컨도 구할 수 있다. 대신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는 실험에 참가한 제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뒤지는 편이다. 소프트웨어 방식 HDTV수신카드에서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소프트웨어 방식 HDTV카드는 분명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 높은 CPU 점유율은 CPU클록이 높아지면서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싶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값으로 HDTV급 화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장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반드시 ATi 레이디언을 쓰지 않아도 좋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HDTV를 보기 위해 반드시 특정 그래픽카드를 고집한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소식이 아니다.
어쨌거나 이제 디지털로 대변되는 21세기에 걸맞은 덕목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분석=김영로 tester@computer.co.kr
정리=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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