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전쟁 랠리’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전후해 IT부문에서는 셋톱박스와 인터넷의 주가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셋톱박스는 중동지역 수출 증가 기대감이, 인터넷은 온라인 정보의 확대가 주가 견인의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이라크전을 계기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펀더멘털 개선이 없는 가운데 나타난 단순 심리적 차원의 강세라는 지적도 있다.
◇중동지역 수출확대 기대로 셋톱박스 3인방 강세=이라크 전쟁의 시작과 함께 셋톱박스 3인방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휴맥스, 한단정보통신, 현대디지탈텍 등 셋톱박스주는 이날까지 이틀 상한가를 포함해 나흘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셋톱박스주들이 전쟁 발발과 함께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과거 9·11 테러 당시 셋톱박스의 중동지역 수출물량이 급격히 늘면서 실적호조를 보였던 경험 때문이다. 9·11 테러 당시 중동지역에 전쟁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위성방송 시청이 늘어났고 셋톱박스도 그만큼 수요가 증가했었다.
지난해 세계 위성방송시장 침체와 함께 셋톱박스 시장이 위축되며 주가가 급락, 저가 메리트가 부각된 것도 최근 매수세의 유입배경으로 꼽힌다. 휴맥스가 지난해 4월 4일 최고점(6만4700원) 대비 주가가 4분의 1로 줄었던 것을 비롯해 한단정보통신과 현대디지탈텍도 일제히 52주 최고점 대비 주가는 급락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최근 셋톱박스주의 단기적인 급등이 직접적인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서현정 한화증권 연구원은 “기존 9·11 테러 때와는 달리 중동지역 수출비중이 낮아졌고 이 지역의 소비심리도 위축된 상태여서 전쟁이 이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또 “지난해 자금악화로 침체를 보였던 유럽 방송사 시장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올 셋톱박스 업종의 실적개선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정확히 점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쟁 타격 없고 인터넷 속보 전달로 이미지 제고=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인터넷주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인 데다 이라크 전쟁을 통해 인터넷 속보와 실시간 동영상 제공 등을 통해 업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은 21일 소폭 내렸지만 최근 주가 급상승세에 각각 6만원, 4만원대 주가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네오위즈는 무상증자를 재료로 6일 연속 급상승했으며 옥션도 2만5000원선까지 떨어졌던 주가를 이날 2만9400원까지 끌어올렸다.
인터넷 업종은 전형적인 내수 업종으로 환율과 유가 등 전쟁의 영향에는 자유롭다. 따라서 인터넷주는 이라크전에 상관없는 증시의 ‘무풍지대’로 꼽혀왔다. 특히 이라크전을 통해 인터넷의 정보제공 능력이 확인되며 업종에 대한 이미지 개선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NHN 관계자는 “AP·로이터의 뉴스와 사진은 물론 주요 동영상 및 VOD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이라크전을 계기로 인터넷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이미지 제고 차원을 넘어 일일 페이지뷰와 VOD클릭수, 신규 가입자수 증가로 나타나고 있으며 온라인광고 단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도행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주 주가상승의 주된 원인은 실적 호전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며 “전쟁 수혜주로 주가가 오른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트래픽수 증가에 따른 광고단가 인상 등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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