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한국경제가 복합형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라크사태와 유가급등, 북핵문제, 잇단 재벌수사, 국가신용등급의 하향조짐 등 악재가 줄줄이 터지면서 증시와 제조업 체감경기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 기업주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옛날 봄철에 양식이 부족한 춘궁기에 비교할 수 있다”며 “올 상반기를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업계에서는 현금 여유가 있는 재벌기업마저 신규 설비투자를 중단해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관계자들은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에 오르고 내일 중동에서 전쟁이 터질지도 모르는 판국에 최대한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든 경제 주체가 나름대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경제적 춘궁기가 몇 달 더 지속될 경우 대기업보다 영세한 벤처업계가 더 큰 타격을 받아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애써 키워온 벤처 텃밭이 사라지는 것은 미래 한국경제의 주요 성장엔진이 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 벤처업계가 이 어려운 시기를 넘기려면 대기업과 공생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SK케미칼이 국내 7개 유망 광벤처와 손잡고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광전시회에 참가, 공동마케팅을 펼칠 예정이어서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모범적인 협력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벤처업체들은 뛰어난 광부품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중소업체로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SK케미칼은 이들 벤처기업이 개발한 광부품을 자체 브랜드로 통합해 국산 광부품의 미국 현지 판매를 지원하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은 불투명한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위험부담을 줄이고, 벤처기업에는 새로운 수출 활로를 열어주는 비즈니스모델은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권장할 가치가 있다. 세상이 뒤숭숭하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서로 돕고 상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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