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메이저 주기판 칩세트업체 인텔의 지원여부에 따라 차세대 주력 메모리 시장 형성의 가부가 결정되던 업계의 관행을 깨기 위해 D램업체와 마이너 칩세트업체들이 도전장을 냈다.
새로운 연대 구성으로 인텔의 의존도를 낮추고 차세대 메모리 시장 환경 구축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인텔의 도움이 없더라도 스스로 시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삼성전자는 대만 유수의 칩세트업체 SiS와 주기판업체 아수스텍, 미국의 램버스와 공동으로 4채널 램버스 D램 칩세트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텔의 칩세트 개발 및 출하 계획에 따라 차세대 주력 메모리의 종류는 물론 시장 수명까지 결정돼 왔다. 이러한 관행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메모리·칩세트·주기판업체가 연대하고 나선 것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발상이다.
여기에는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해놓고도 인텔이 칩세트 지원계획을 내놓지 않아 행여 조기에 사장되지나 않을까 더이상 노심초사하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인텔은 지난 가을 개발자포럼에서 1066㎒급 램버스 D램을 지원하는 칩세트의 업그레이드 계획은 있지만 차세대 버전인 1200·1300㎒급 지원 칩세트 개발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램버스 D램은 조만간 인텔의 무관심속에서 쇠락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얼마 전 DDR333과 DDRⅡ의 중간제품이라 할 수 있는 DDR400이 인텔의 지원 불발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가 인텔의 갑작스런 칩세트 지원계획 발표로 기사회생한 사례에서도 인텔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4채널 램버스 D램에 대한 다자간 제휴는 단순히 칩세트 개발목적 외에도 칩세트 지원 개런티에 따른 신뢰감 회복으로 4채널 램버스 D램 탑재 응용기기의 개발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기대심리로 인해 현 시장의 주력제품인 800㎒ 모듈 현물가격이 연일 상승하는 부가이익도 챙길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시장을 낙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칩세트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텔의 도움 없이 메모리업체와 마이너 칩세트업체가 정상적인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제휴노력은 업계의 변화의지가 담긴 시대적 대세임에는 틀림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 주기판 칩세트시장에서 메이저로 등장한 이후 차세대 주력 메모리 시장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메모리의 종류가 복잡 다단해지고 신제품 출시 주기도 매우 짧아지면서 모든 제품에 대해 인텔의 관심을 살 수는 없게 됐다”며 “대만 칩세트업체들의 위상도 다시 강화되는 추세여서 메모리업체와 비 인텔 칩세트업체간의 제휴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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