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부·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의 단체인 미국영화협회(MPA)가 최근 아태지역 8개국의 DVD 불법복제에 대한 대대적인 감시작업에 들어가면서 한국에서도 신고센터가 설립되는 등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DVD 불법복제 시설을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상금까지 준다고 하니 솔깃 할 만하다.
DVD 불법복제는 구구한 이유를 붙이지 않더라도 근절돼야 함이 마땅하다. 이유없이 남의 물건을 취해 이익을 취한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그것이 개인의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조직적인 움직임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MPA가 캠페인 대상으로 아태지역 8개국을 지정하면서 DVD 불법복제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한국을 70∼90% 복제가 판치는 다른 국가와 함께 묶는 편의성 위주의 발상을 경계한다. MPA는 최근 펴낸 자료에서 “이들 여덟 개 국가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불법복제율이 매우 높고 불법복제가 조직적인 범죄활동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만 믿으면 한국은 나머지 7개 국가와 함께 DVD 불법복제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함께 발표한 첨부자료의 아태지역 국가별 불법복제율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DVD 불법복제율이 25%로 대상으로 포함된 8개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이에 반해 말레이시아(75%), 인도네시아(90%), 필리핀(80%)은 한국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은 불법복제율을 기록하고 있다.
25%는 괜찮고 75%는 안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책임성 있는 기관이라면 어떤 캠페인을 진행할 때 대상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합당한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 그것이 해당 국가의 명예와 이미지가 걸린 일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MPA 같은 기관이 공식적인 보도자료에서 한국을 심각한 DVD 불법복제국으로 포함시킨 것은 유감이다.
최근 방한한 리처드 오넬 MPA 동아시아 사무소장은 이 같은 기자의 질문에 “한국시장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정말 한국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DVD 불법복제국으로 싸잡아 넣을 것이 아니라 25%라는 수치에 맞는 특화되고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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