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자 기기 인터넷에 연결해주는 스팟 시대 열린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원들이 FM라디오 기술을 이용해 손목시계 등 일상기기에 인터넷 기능 추가 사업을 추진중이다.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 전자시계의 핵심 개념은 현재 쇼핑몰과 엘리베이터에서 제공되는 음악 서비스인 ‘뮤작(Muzak)’을 전달하는 라디오 전파와 동일한 전파를 통해 전송한 웹 데이터를 잡아내는 라디오를 전자시계에 집어넣는 일이다.

 MS는 빌 게이츠 회장이 지난해 11월 개인 스마트 기술인 이른바 ‘스폿(SPOT:Smart Personal Object Technology)’의 첫 선을 보인 이후 가전제품 제조업체들과 손잡고 인터넷 시계나 인터넷 냉장고 제품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인터넷 생활용품은 기존 생활용품의 소비방식을 대폭 변화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필요가 없는 게 특징이다. 오직 기존 제품에 인터넷만을 부가할 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스폿 기술은 지난 달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게이츠 회장은 당시 CES 기조연설에서 “전자기기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스폿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스폿 시계는 지방날씨와 뉴스 헤드라인, 주식시세, 개인일정, 스포츠 전적 등 개인용도에 맞는 개인화 데이터를 서비스하게 된다. 개인용도의 데이터는 이용자에게 흥미를 줄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20분 내에 공항까지 가야 할 경우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도로 등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게 된다.

 스폿 기기는 가격도 저렴하다. 시계회사들은 스폿 시계 가격을 MS가 받는 월 인터넷 접속료를 제외하고 100∼300달러로 자체 예상하고 있다.

 첫 스폿 시계 모델은 올 가을 출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스폿 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MS에서 가전제품에 윈도를 부가하는 사업을 맡은 빌 미첼 연구팀에 의해 3년 전 시작됐다. 워싱턴 레드먼드에 있는 MS 본사에서 근무하는 그의 연구팀은 고객 4000명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이 정보를 신속히 볼 수 있기를 원하고 아울러 시계회사들도 지난 60년대의 마지막 시계기술인 디지털 이후의 시계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미첼 연구팀은 그 뒤 디지털 시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무선기술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그는 일본 시계회사 세이코-엡슨이 지난 90년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스마트 무선시계를 개발하려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세이코-엡슨의 스마트 시계 개발 프로젝트는 애플컴퓨터의 실패한 PDA인 ‘뉴턴’만큼 야심찼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탓인지 실패하고 말았다. 이 사업은 당시 무선신호의 도달범위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두달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미첼 연구팀은 그러나 무선기술의 전성기인 지금이 스마트 시계 개발의 적기라고 보고 스폿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무선신호 수신의 질뿐만 아니라 혼잡한 무선대역에서 신호를 잡아내는 기술이 발전했으며 반도체 기술도 배터리 파워가 매우 약한 기기에서조차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 아울러 무선신호 전송범위도 FM라디오 전파를 이용해 더욱 넓어질 수 있게 됐다.

 MS의 스폿 마케팅 이사인 로저 지우라자니는 칩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강조하면서 “칩 기술이 ‘무어의 법칙’에 따라 가속적으로 발전했다”며 “현재 PC가 지난 80년대 말과 견줘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생각해 보라”고 지적했다.

 미첼 연구팀은 샌타모니카에 소재한 FM대역 신호발생기 업체인 SCA데이터시스템스로부터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구입, 뮤작 전송 라디오 채널과 동일한 채널인 67㎑ FM라디오 대역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게 됐다.

 MS는 이 프로토콜을 ‘디렉밴드(DirectBand)’라고 명명하고 샌타클래라에 있는 칩 제조업체 내셔널세미컨덕터에 디렉밴드 무선수신 및 손목시계의 데이터 디스플레이를 위한 무선 칩 개발을 의뢰했다. 내셔널은 이 주문에 따라 2년여에 걸쳐 이 같은 사양의 칩 연구를 끝내고 25센트 동전 크기의 평면 회로판에 설치할 수 있는 소형 무선 칩 7개를 개발했다.

 내셔널이 개발한 이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저전력 칩에서 사용되는 ARM7을 토대로 512 읽기 전용 메모리와 384 DRAM을 갖추었고 28㎒ 속도를 냈다. 이는 지난 81년 첫 선을 보인 IBM 최초의 PC에 비해 메모리가 8배 이상 많으며 4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스폿 소프트웨어는 베이식 운용체계 형태로 짜여졌으며 관련 프로그램들은 스폿 시계에 다운로드가 가능하면서 아울러 MS 닷넷(.Net) 전략과 호환되는 닷넷바이트코드(.Net byte codes) 명령어로 전환됐다.

 MS는 그 뒤 대형 배터리를 쓰지 않을 정도의 저전력으로 가급적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MS는 ‘에러 정정(error correction)’ 프로세서를 통해 무선신호를 깨끗하게 정리한 뒤 초당 12 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속도는 비디오 전송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아날로그 모뎀과 비교해도 훨씬 느리지만 손목시계를 개인화 정보접속 제품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하고 연속적인 수준이다. 보통 하루 라디오 방송 데이터량은 125MB 이상이다.

 MS는 신호를 전송하기 위해 미 전국 FM라디오 방송국과 주파수 임차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로써 미국의 모든 대도시지역을 포함해 전국의 80% 정도에 전파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역도 확보한 상태다.

 MS는 디렉밴드 신호를 송출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에 설치해야 할 신호발생기의 생산을 SCA에 의뢰할 예정이며 FM라디오 대역 임차료가 만만치 않아 고객으로부터 접속료도 받을 계획이다.

 알렉산드리아 소재 시장조사회사 포스웨이브의 분석가 존 라타는 하지만 이 월 접속료 부과가 소비자들의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FM라디오 채널 데이터는 한쪽 방향으로만 다운로드될 수 있기 때문에 스폿 시계로 전자우편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MS는 스마트 시계에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시계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스폿 시계 착용자는 웹 사이트를 방문해 시계의 고유번호를 입력한 뒤 수신환경을 설정한다. 스폿 시계는 이어 디렉밴드 신호를 수신하는 동안 시계 고유번호에 맞는 데이터만을 찾게 된다. 예를 들어 스포츠 데이터만 수신하기로 환경을 설정한 경우 손목시계는 스포츠 데이터를 저장하고 다른 정보는 버리게 된다.

 손목시계는 어느 방송국으로부터 정보를 받는지 알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자동 리세트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댈러스로 여행을 떠날 경우 이 시계는 댈러스 방송국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 댈러스 시각에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이 시계의 시간 리세트는 매우 정확하다.

 하지만 스마트 시계 스크린은 120×90픽셀밖에 안되기 때문에 스마트 시계로 그래픽을 많이 보여줄 수는 없다. MS는 아울러 탁상시계나 냉장고에 인터넷을 단순 부가하는 기기들의 시제품도 개발했으나 아직 생산회사를 선정하지는 못한 상태다.

 MS 스마트 시계 인터넷 제공 시스템은 현재 시애틀·샌프란시스코·새너제이에서 시험 운용중이다. MS는 이 시스템 운용을 위해 일본 시티즌과 텍사스주 리처드슨의 포실, 핀란드의 순토 등 최소 3개의 시계회사와 제휴한 상태다. MS는 일부 스폿 시계를 자체 디자인했지만 시계에 관한 한 자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이들 시계 제조업체에 스폿 시계 디자인을 맡길 방침이다.

 포실의 기술담당 부사장 도널드 브루어는 “포실이 100달러 이상의 디지털 시계를 판매할 수 있는 소수 회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폿 시계 판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헬싱키 소재 순토의 상무이사 댄 콜리앤더는 스폿 손목시계가 전문 등산가나 다이버 같은 스포츠인 뿐만 아니라 공원에서 조깅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폿 시계는 현재 순토 시계 대부분이 제공하고 있는 위치추적장치, 이른바 GPS 위치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콜리앤더는 “GPS 시계는 밤에 재충전해야 하지만 대부분 시계를 벗고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야간 재충전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스폿 시계는 영화 주인공 딕 트레이시의 비디오 손목시계와는 거리가 멀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활용하는 기술이 많아 소비자들의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MS 스폿 프로젝트의 위험도 이 프로젝트가 기존 제품이나 기술에 인터넷을 단순 부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높지 않다. 이 프로젝트 비용은 5000만달러로 추산된다.

 내셔널세미컨덕터의 고객솔루션그룹 부사장 겸 본부장 조 몬탈보는 “스폿 제품이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제공=ibiz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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