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무선랜 로밍 의무화해야"

　“서비스 기반(설비) 경쟁이냐, 공정경쟁 차원이냐.”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하나로통신·SK텔레콤 등 국내 유무선사업자들이 올해 무선랜사업을 전략사업화하기 위해 무선랜 핫스폿 지역 구축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하나로통신이 공정경쟁 차원에서 사업자간 로밍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함에 따라 올해 무선랜업계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하나로통신(대표 신윤식)은 국내 무선랜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핫스폿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최소화와 사업자간 중복투자를 방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선랜 사업자간 로밍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정부에 이를 정식 건의할 예정이다. 핫스폿 구축에 워낙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시장에 진입하기 전부터 공정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동전화의 경우 KTF와 LG텔레콤간 기지국 공용화를 추진, 중복투자를 줄인 바 있으나 무선랜의 경우 제도적 지원사항이 없어 중복투자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자와는 이미 11개국과 로밍이 가능하도록 세계적 사업자인 그릭커뮤니케이션과 계약을 체결했으나 국내의 경우는 아직 로밍에 대한 아무런 얘기가 없는 상태”라며 “무선랜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내망 부문의 독점적 사업자인 KT와 로밍할 수 있도록 해 공정경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KT(대표 이용경)는 그러나 현재 전국 7000여곳에 핫스폿을 설치하는 등 사업활성화를 위해 이미 투자가 진행된 상태에서 이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감행했는데 이를 공정경쟁 차원에서 함께 쓰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투자지역이 겹치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투자해서 로밍하는 것이라면 가능하지만 ‘가입자 마케팅’만 해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무임승차’ 방식이라면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현재 뚜렷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가입자망 공동활용(LLU)제에 해당하는 필수설비라고 하면 공정경쟁 차원에서 사업자간 로밍을 권고할 수 있지만 서비스 기반 구축 차원의 경쟁으로 볼 경우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견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무선랜 로밍은 무선랜사업자간 접속 이슈로 볼 수도 있고, 전기통신사업법상 공정경쟁 환경조성 차원의 필수설비라고도 볼 수 있어 고민중”이라며 “업계에서 정식으로 요청해오면 해당 부서간 협의를 거쳐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이나 현재로서는 무선랜서비스의 초기단계인 만큼 시간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