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 전쟁 임박설이 퍼지면서 구리·원유 등 국제 원자재 거래가격이 급등하는 등 인쇄회로기판(PCB)용 핵심소재 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구리가격이 연초 대비 100달러 상승한 톤당 1700달러에 달하고 원유가도 마지노선인 35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동박·동박적층원판(CCL)·드라이필름 등 주요 PCB용 소재류의 공급가격이 속등하고 있다.
특히 그간 단가하락으로 적자구조에 허덕이던 국내외 소재업체들은 이번 원가인상에 따른 충격을 더 이상 자체적으로 흡수할 여력이 없다고 보고 공급가 인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PCB 등 부품업계가 이중고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LG전선·일진소재 등 주요 동박업체들은 최근 공급가를 20% 가량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문을 PCB관련 업체들에 발송했다.
LG전선의 한 관계자는 “동가격은 오른 반면 35㎛ 두께인 동박의 경우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40∼50% 떨어져 현재 동박사업부문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재팬에너지·후루카와·미쓰이 등 일본 메이저 동박업체들도 적자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일부 라인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량 감산정책을 잇달아 도입, 공급가를 20% 가량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CCL업체인 대만 난야플라스틱은 동박 등 원자재 가격인상으로 공급가격을 2분기부터 20∼40%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시히·대만 타이완글라스 등은 CCL 원재료인 광섬유 및 얀(YAN)의 공급물량 조절에 착수했다.
세계 CCL 원자재 공급 시장 분위기가 인상쪽으로 기울어지자 두산전자BG·LG화학 등 국내 CCL업체들도 최소 10%의 가격인상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코오롱·히타치코리아 등 드라이필름 업체들도 가격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코오롱 한 관계자는 “드라이필름을 가공하기 위한 원자재 가격이 유가상승으로 평균 10% 가량 인상됐고 핵심재료인 솔벤트의 경우 연초 대비 70∼80% 폭등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PCB 핵심소재 시장이 동요하기 시작함에 따라 대다수 PCB업체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PCB업계는 특히 세트업체의 거센 단가 인하요구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원자재 가격마저 줄지어 인상할 조짐을 보이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덕전자 한 관계자는 “1분기까지 동박 등 원자재 공급가 인상을 간신히 연기해 놓은 상태”라며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다른 원자재 공급업체를 물색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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