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IT화 현장을 가다](10)세진전자통신

　경기도 광주시 세진전자통신(대표 이경자) 생산 현장. 수십만개의 통신용 트랜스포머와 파워인덕터가 쌓여있지만 쉴새없이 돌아가는 여느 공장의 생산라인과는 다소 달랐다. 전체 생산량의 10%만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소량 긴급 주문에만 대처한다. 지난해 준공한 중국 현지공장에서 나머지 90%를 담당한다.

　한 릴(Reel)당 빽빽이 감겨있는 총 3000개의 트랜스포머는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폰단말기에 없어서는 않될 부품. 비록 연매출 70억원대의 중소 제조업체지만 이 회사를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휴대폰 열풍에 따라 매출도 증가했지만 수익은 고스란히 R&D와 정보화에 투자했다. 지난 84년 트랜스포머 국산화에 성공한 이래 96년에는 ISO9001 인증, 이듬해에는 100ppm 인증을 차례로 취득했다. 2000년에는 부설연구소도 설립했다. 부품구매에 까다로운 삼성전자에만 전체 생산량의 55%를 납품할 정도로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바로 94년부터 비롯된 전사적 IT화에서 비롯된다. 세진전자통신은 당시 대기업조차도 자재관리시스템(MRP)을 구축했다. MRP 도입은 이경자 사장의 ‘IT화를 통해 물과 돈의 흐름을 하나로 가져가자’라는 지론 때문이었다.

　지난 88년 취임한 그는 MRP를 통해 수주관리·출하관리·매출관리·재고금액 등을 자동화하고 모든 경영에 필요한 문서를 단순화했다. 앉은 자리에서 총 생산물량과 매출, 재고현황을 자동으로 파악하는 이 시스템은 중소기업의 정보화 환경이 열악했던 당시에는 가히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MRP가 우선생산물량(포케스트)의 물류상황, 매출대비 마진폭 등을 파악하지 못해 총체적인 경영관리를 지원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숙원사업이던 중국 현지공장이 지난해 3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중국과 본사간 수주·생산·재고 등의 실시간 조회가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세진은 올 5월부터 본사 직원 40명 전원이 참여한 통합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9월에 최종 마무리된 ERP시스템은 이전 MRP에서 지원이 않되던 △수주-생산-출하까지의 로트관리 △일·월단위의 금액집계 △실생산에 투입된 재고와 아직 생산에 투입되지 않은 재고별 구분 △생산된 물량이 언제·어느 업체에 발주됐는지 등을 대번에 파악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매·자재·영업·생산·회계에 이르는 전체 업무 프로세스도 지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사무실에 종이서류가 획기적으로 감소했고 부서별로 올라오던 경영정보도 하나로 모아 경영진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MRP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목표대비 매출, 이익 등이 미달된 경유도 ERP를 통해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중소기업이 무슨 IT냐는 지적이 이젠 부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사장은 향후 과제로 중국공장과의 ERP 공유, 협력사들과의 공급망관리(SCM) 체제구축을 꼽았다.

　◇어떤 업체인가=지난 79년 설립된 세진전기산업사가 모태. 국내 몇안되는 통신용 트랜스포머 및 파워인덕터 생산업체로 89년 삼성전자 협성회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맞는다. 지난 89년 공업진흥청 계측기 자율교정업체(저항·인덕턴스)로 지정됐고 그해 미국 COM-DIAL사에 직수출하기 시작했다. 2000년 중국 문등세진전자통신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대량 생산체제를 갖췄다. 작년 매출 69억5000만원, 내년에는 8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