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논쟁에는 오디오기기 및 가전업체들도 개입돼 있다. 이들의 문제는 사용자용 오디오기기에 대한 책임한계다.
지난 92년 제정된 ‘오디오 가정 녹음법’은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DAT:Digital Audio Tape)에 연속적 복사관리 시스템(SCMS:Serial Copy Management System)을 내장해 지재권을 보호할 것을 의무화했다. SCMS는 1차 디지털 복사(녹음)는 가능하되 2차 복사는 안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RIAA는 지난 98년 이 법률을 근거로 해 MP3 재생기 생산업체인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Diamond Multimedia)를 제소했다. 당시 이 단체는 MP3 재생기가 이 법률의 규제대상이므로 지재권 보호장치를 탑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자사 MP3 재생기는 녹음기가 아니고 단순한 파일 재생기라고 반격해 승소했다.
지난 98년 말 RIAA는 콘텐츠 제작업체와 오디오기기업체들이 공동으로 지재권 보호를 위한 표준 프로토콜을 마련하기 위한 디지털음악안전협의회(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초기에 기초적인 프로토콜 사양을 발표했으나 참여업체 사이의 의견충돌로 인해 더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작년 6월 해체됐다.
이처럼 관련업체 사이의 의견이 서로 엇갈려 지재권 보호 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PC와 가전업체들은 모든 디지털 미디어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또 오디오 매체나 기기에 지재권 관리기능을 탑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기기업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가령 필립스는 이런 기능을 가진 CD는 CD로 인정하지 않았고 애플은 이런 기능이 있는 디스크를 자사 PC에 넣으면 작동이 멈추도록 했다.
디지털 미디어 파일을 재생하는 기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기 때문에 디지털 오디오 재생기에 대한 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오디오기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외면하면서까지 콘텐츠업계의 요구에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미국 상원에 상정돼 있는 ‘소비자 광대역 및 디지털 TV법(Consumer Broadband and Digital Television Act)’의 향방에 따라 관련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후원하고 있는 이 법안은 앞으로 생산하는 모든 오디오기기에 지재권 보호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탑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가전과 관련 기기업체들은 이 법안의 통과를 강력히 저지하고 있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지만 어떤 형태로든 오디오기기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법규가 나올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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