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컴의 도전

 ◆양승욱 엔터프라이즈부장 

 한국에서 지금 세계 제1의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내건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다. 굳이 무모하다는 표현까지 동원한 것은 지금까지 전세계 어느 기업도 MS와의 승부에서 이겨본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지난 27일 사무작성에 필요한 SW를 하나로 묶은 한컴오피스2003을 발표했다. ‘독립운동’으로까지 표현되는 MS에 대한 한컴의 도전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린 것이다.

 한국의 오피스시장은 세계 각국과 마찬가지로 MS의 아성이다. 한컴측도 전체 1500억원 규모인 한국의 오피스시장에서 MS가 96%, 한컴이 4%를 차지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에서 보여주듯 절대강자인 MS의 영역에 한컴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러나 한컴은 한컴오피스2003을 출시하면서 이번 도전이 결코 무모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가격은 MS오피스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며 기능 또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버전인 한컴오피스의 가장 큰 취약점은 표계산SW인 스프레드시트 기능이었다.

 국내 오피스 사용자의 95% 이상이 사용하는 MS엑셀 문서와의 호환성이 보장되지 않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불편해 한컴오피스는 그동안 사용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한컴은 자체개발보다는 넥셀소프트로부터 스프레드시트를 아웃소싱하면서 한컴오피스2003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출시될 예정이었던 한컴오피스2003이 출시일정을 서너차례 연기하면서 난산을 거듭한 것도 오피스의 핵심인 스프레드시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한컴측의 설명이다.

 한컴측 주장대로 한컴오피스2003이 MS오피스에 비해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다면 그 파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장에서는 한국의 사용자들이 미국에서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MS오피스를 구입해야 했던 설움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된다. 또 스프레드시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오피스 전체를 통째로 구매해야 했던 불합리한 관행도 개선시킬 수 있다.

 한컴오피스2003의 등장은 국내 소비자에게 MS오피스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 외에도 한글 관련 SW업체들이 함께 손을 잡은 결과물이라는 데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글오피스2003에 이어 워드프로세서 분야에서도 한글 표준 포맷을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한컴과 넥스소프트, 삼성전자 등의 입장에서 이번 한컴오피스2003의 성공 여부는 이같은 계획을 추진하는 데 큰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한컴오피스2003이 단순히 한컴만의 제품으로 인식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발 초기 국내에서 빌 게이츠 못지 않은 이찬진신드롬을 유행시키며 아래아한글로 국내 워드프로세서시장에 돌풍을 몰고온 한컴이 지금은 그저그런 중소기업 중의 하나로 전락했다. 한컴의 쇠락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 원인을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앞세운 MS의 공세에서 쉽게 찾는다. 하지만 이보다는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MS제품에 비해 한컴의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에 더 큰 원인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컴오피스2003이 소비자들에게 MS오피스에 견줄 수 있는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가 한컴이 한국SW를 대표하는 명가로의 재기를 기약하는 전제조건이 될 것은 분명하다.

 벌써부터 한컴의 도전과 그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컴이 과거 MS와의 싸움에서 피를 흘린 수많은 기업 중 하나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MS에 대항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다시한번 신화를 재현할 것인지는 이제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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