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가장 오래된 생활수단이다.
오늘날이야 일종의 레저 개념으로 변질됐지만 고대인에게 낚시는 깊은 물 밑에 있는 식량자원을 구하는 유일하고도 매우 중요한 생산활동이었다. 땅 위에 사는 인간이 조잡한 낚싯대로 보이지 않는 물 속의 고기를 잡으려면 고도의 인내심과 집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20세기 들어 사람들은 풍부한 수중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얻기 위해 물 밑에서 장시간 활동하는 잠수기술을 실용화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된 요즘에도 사람이 직접 내려갈 수 있는 수심은 80m를 넘지 못한다. 깊은 물 속은 인간에게 여전히 낯설고 위험한 공간이다.
최근 선진해양국들은 많은 위험이 따르는 수중자원 개발에 무인로봇기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깊은 바다 속에서 광물자원을 탐사하고 통신케이블을 부설하는 등 위험한 수중작업을 잠수부가 아니라 무인로봇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UUV(Unmanned Underwater Vehicle)라고 불리는 무인잠수정은 바다 속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로봇팔로 광케이블을 깔거나 해저유전을 개발하는 상업용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외국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것도 바다 밑에서 국가간 광케이블망을 유지, 보수하는 수중로봇의 덕택이다. 이러한 수중로봇은 해양자원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진 각국의 기술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일본의 경우 깊이 1만m가 넘는 심해까지 들어가는 UUV를 실용화했고 미국은 기뢰를 제거하거나 소음을 전혀 나지 않도록 지느러미로 움직이는 군사용 UUV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해양 개발의 역사는 짧지만 우리나라도 6000m급 심해용 무인잠수정 개발계획이 진행중이다. 오는 2006년경 실용화될 국산 무인잠수정은 한국이 개발권을 보유한 하와이 남동부의 심해저 광구를 개발하는데 큰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중로봇은 육상동물로서 물 속 세상까지 정복하기를 원했던 인간의 오랜 꿈을 점차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수중로봇이 계속 발달해서 아무리 깊은 바다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어항 속처럼 훤히 보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사람이란 보이면 탐하게 마련이다. 깊숙한 바다에 숨어살던 기괴한 모습의 심해어까지 남획돼 대중횟집에서 참치, 다랑어를 대신하는 새로운 횟거리로 등장한다. 심해저에 깔린 망간단괴층이 닥치는대로 파헤쳐지고 심해자원을 둘러싼 국가간 분쟁이 격화된다. 수중로봇기술의 발전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해온 바다속 생태계에는 재난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강태공이 웃을 노릇이지만 요즘 낚시터에는 물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어로용 카메라까지 보급되고 있다. 성급한 현대인들은 물고기를 기다리는 대신 쫓아가는 재미를 원한다. 언젠가는 낚시라는 취미도 수중로봇을 이용해 수초 밑에 꼭꼭 숨은 물고기를 잡는 전자오락게임처럼 바뀔지 모를 일이다.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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