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니지’ 재심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온라인게임 ‘리니지’ 재심의가 뒷말을 남기고 있다.

　영등위는 지난 7일 ‘리니지’ 재심의와 관련, “엔씨소프트가 제출한 리니지 두 개 버전이 하나의 ID로 두 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등 경계가 모호하다”며 ‘심의물 불량’ 판정을 내렸다. 영등위 판결에 숱한 이목이 집중됐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허탈하기까지 한 결과였다.

　그러나 문제는 당사자인 엔씨소프트가 영등위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영등위 판정이 과연 신중했는가 하는 의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엔씨는 심의 다음날인 지난 8일 영등위 판정에 불복, ‘심의물 불량’ 판정을 받은 게임을 수정없이 재심의 신청했다. 엔씨측은 “영등위 판정은 온라인게임과 웹콘텐츠에 대한 구분조차 못한 오판”이라며 영등위 위원들의 전문성까지 거론하며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사실 엔씨측의 주장은 웹보드 게임의 사례를 들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웹보드게임의 경우 테트리스·고스톱 등 청소년부터 성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게임을 서비스하면서도 하나의 ID로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마다 부여된 등급에 따라 이용자를 제한함으로써 청소년의 성인용게임 이용을 막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와 다소 불편한 관계에 있던 영등위가 다소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리니지’ 재심의 결과는 엄청난 사회적·산업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18세이용가 판정 이후 청소년보호와 산업보호 논리가 팽팽히 대립하고 해묵은 표현의 자유논쟁으로까지 번진 것을 감안하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영등위의 ‘심의물 불량’ 판정은 이 때문에 더욱 신중하자는 뜻에서 내려진 결론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판정이 나오자마자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과연 영등위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신중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영등위는 다시한번 ‘리니지’ 심의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이번 심의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의 콘텐츠 윤리관은 물론 게임산업과 게임개발 환경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산업부·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