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지불대행(PG) 전문업체인 A사는 최근 연초 대비 가맹점수를 1% 정도인 20개 가량을 정리했다. 모두가 카드깡이나 불법거래의 온상으로 의심되던 가맹점들이다. 수로는 얼마 안되지만 대량 거래가 일어났던 이들 가맹점을 떼어내고 나니, 한달 거래금액이 평균 10% 이상 떨어졌다.
거래를 중계한 건당 수수료가 수익기반이어서 실제 매출도 당장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맹점 거래환경에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고, 특히 불법거래를 방치해왔다는 책임을 떠안을지도 모를 리스크도 크게 덜게 됐다.
이처럼 주요 PG업체들을 중심으로 최근 ‘털어내야 산다’는 가맹점 투명화 전략이 확고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주요 정리대상은 신용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받고 있던 일부 쇼핑몰이나 회원제 사이트들.
지난해부터 온라인 카드깡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한때 사법처리 위기에도 몰릴 뻔 한 PG업계는 지난 7월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의 발효로 법적 지위는 얻었지만 투명한 가맹점 관리 책임도 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신용카드사들과 강화된 가맹점 약관으로 재계약을 속속 체결하면서는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니시스(대표 권도균)는 코스닥 등록심사 통과를 계기로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 최근 몇달간 불량 가맹점을 추가로 정리했다. KCP(대표 이성용)는 연초부터 4, 5개의 대형 가맹점을 털어낸데 이어 최근에는 가맹점마다 월별 거래한도를 부여해 내부적인 위험관리를 진행중이다. 이 회사는 리스크관리 전담직원을 두고 있다. 티지코프(대표 정정태)의 경우 가맹점 계약시점부터 방문을 통한 업체 선별작업과 보증보험 가입 절차를 거치고 있다.
KCP의 한 관계자는 “거래외형에 연연해 부정의혹이 있는 가맹점을 방치하다가는 더 큰 위험요소를 떠안을 수 있다”면서 “결국 내실과 수익성을 다지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주요 PG업체들과 케이에스넷·데이콤·삼성SDS 등 통신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군소 PG들은 여전히 불법 신용카드 거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소형 PG사들은 유흥주점 등의 위장 가맹점 행위를 자행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신용카드사들도 선의의 업체와 악의적인 업체를 선별해 차별적인 가맹점 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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