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 백낙기원장

 “얼기설기 꼬인 실타래를 풀어 새 옷을 짜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요즘 제 머리에는 우리 원이 중소기업을 위해 해나가야 할 역할들이 일목요연하게 하나하나씩 정리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 백낙기 원장은 지난해 11월 초대 원장에 취임한 이후 몇 달 동안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 원장으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속이 자꾸 복잡해지기만 했다.

 “고민을 많이 하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햇살과 함께 떠오르는 경험을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제가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지난 수개월이 저에게 있어 얽힌 실을 푸는 기간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기분으로 옷을 짜는 일이 너무 신명납니다.”

 백 원장은 사회생활 초년병 시절부터 “어∼이, 피니셔(finisher). 이것 좀 맡아서 해봐”라는 상사들의 요구를 많이 접했다. 이 때는 주로 골치아픈 일이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펑크를 내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일을 맡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맡게 된 일을 싫어하지만 백 원장은 그 일에 대한 기본적인 프레임을 생각하고 밤을 새가면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피니셔’라는 별명은 이 때문에 붙어다니는 것이기도 하다.

 “저는 일이 전혀 두렵지가 않습니다. 전혀 풀릴 것 같지 않은 일을 해결하고 동료들과 마주 앉아 한 잔 들이키는 맥주맛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입니다.”

 백 원장은 맥주를 사랑한다. 덕분에 체중조절은 잘 안되지만 너무 독하지 않고 다음날을 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야말로 직원단합을 위해 필요한 청량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백 원장의 생각이다.

 “정보화경영원은 신생기관이기 때문에 직원에게 안정성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취임 초기 외부강사를 초빙해 우리 원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직원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직원들이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은 했으나 실제로는 직원들이 자리를 만들어 저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요. 이때 자리를 무르익혀 준 것도 맥주였습니다.”

 백 원장이 중소기업·벤처기업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산업연구원(KIET)에서 중소·벤처기업실장을 맡으면서다. 그러나 이미 그 이전부터 백 원장은 산업연구원의 산업정책실장, 중소기업연구실장 등을 두루 역임하면서 기업체의 메커니즘을 실무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더욱이 백 원장은 미국 워싱턴DC지원장 자리를 거치면서 90년대 후반 미국 호황의 중심에 IT를 필두로 하는 ‘신경제’가 있고 신경제의 대표적 산물인 ‘IT산업의 성장’과 ‘산업의 IT화’가 국가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다.

 “일부 대기업과 선두기업들은 정보화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와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기업은 이를 잘 체감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체감하면서도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섣불리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백 원장이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장에 발탁된 것은 바로 이같은 경험과 시각을 실제 중소기업 정보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중소기업에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는 ‘벤처·중소기업도 잘 알고 IT·정보화도 잘 아는’ 몇 안되는 인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루 24시간을 거의 우리 원에 주어지는 일과 앞으로 우리 원이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쓰고 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아서 ‘제 스스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맡았기 때문에 지금은 일이 저의 취미이자 생활이 됐습니다.”

 이 때문인지 요즘 백 원장이 읽는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글도 모두 중소·벤처기업과 IT에 관련된 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을 물어보자 이경의 교수의 ‘현대 중소기업경제론’, 곽수일 교수의 ‘미래가 지금이다’, 김성은 교수의 ‘투명성’ 등 막힘없이 술술 저자와 책이름을 대는 모습이 요즘 백 원장의 생활을 짐작케 했다.

 “최근 우리 원은 COEX에서 중소기업정보화콘퍼런스2002라는 행사를 했습니다. 많은 우려 속에 조심스럽게 조그만 행사를 준비했는데 1000명 가까운 사람이 몰려 눈물이 날 만큼 기뻤습니다. 예상외로 많은 정부 관계자와 기관장이 참석해 주었고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몰려와 조금 의아해했는데 학생들 말이 담당교수가 이 행사를 보는 것이 산 공부라며 수업을 빠져도 좋으니 콘퍼런스를 보러 가라고 했다더군요.”

 백 원장이 이번 중소기업정보화콘퍼런스의 성공적 개최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이 행사가 사실상 대내외에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첫번째 행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실제 중소기업을 운영하거나 관계하는 사람들이 대거 참석해 주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은 원의 이름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이 효과적으로 정보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탄생한 조직입니다. 따라서 우리 원의 행사에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해 주었다는 것은 우리 원이 지금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습니까.”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은 대부분 젊은 박사급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정보화 전문인력 자체가 젊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백 원장의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 원의 경쟁력은 사람입니다. 신생기관인 만큼 할 일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나이와 생산성이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보화 분야 종사자는 현장의 모습을 빠르게 감지하면서 이에 맞춰 나가는 기동력 그리고 서비스 정신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백 원장은 좋은 아이템과 기술을 가지고도 시장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CEO를 접하면 ‘정보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 현재의 사업기반이 불안정하고 여부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가슴아픈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분들을 접하면 저 자신이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찾아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합니다.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 초대원장으로서 우리 고객인 중소기업이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를 디지털시대의 진정한 성공파트너로 신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약력 

 △53년생 △75년 고려대 상대 경영학과 졸업 △78년 국제경제연구원(KIEI) 동남아연구실 △83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85년 태국 타마사트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88년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 △88년 상공부 첨단기술산업발전심의회 총괄분과위원 겸 감사 △89년 공정거래위원회 제조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위원 △92년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정책평가자문위원 △95년 산업연구원 중소기업연구실장 △96년 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정책 자문위원 △98년 산업연구원 미국지원 지원장 △200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벤처기업 평가심의위원회 위원 △2002년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2002년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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