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위기상황에서 기업경영

 ◆윤원창 IT담당부국장

 

 미국 석유회사 엔론·월드콤의 회계부정사건에 이어 일본 기업들의 부정사건이 연일 꼬리를 물고 있다. ‘유리경영’으로 전세계 회계의 표본이 됐던 미국·일본기업들이 부끄러운 얼굴을 드러내면서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현상 조짐도 기업들의 회계부정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꼴’이 된 미국인들에게 다가온 상대적 자괴감이 그만큼 컸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제나 경계심을 갖고 경영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만큼 새는 구멍도 많을 수밖에 없다. 외부감사인의 감시도 때론 협작의 동조자로 전락하거나 묵인으로 비리를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런 면에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일본 명문기업들의 불상사와 교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는 월등히 크지만 구조가 비슷한 일본 기업의 위기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환란위기를 넘긴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칫 범하기 쉬운 일상적인 실수가 어떤 결과로 다가오는지 한번 골몰히 생각해보게 한다.

 이 보고서는 일본 명문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원인을 무엇보다 자만심, 무리한 경영, 기강해이로 인한 내부조직 와해, 미봉적인 사후대책으로 요약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2000년 6월 리콜·클레임 사실을 운수성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어 같은해 7월초 운수성이 실사에 들어갔고 작년 4월 이 회사의 전 부사장 등이 리콜정보 은폐혐의로 기소됐다. 미쓰비시자동차가 불량제품을 생산한 것은 경쟁사인 닛산을 추월하기 위해 새차 경쟁에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같은 부정 사건이 내부 고발에 의해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주가는 40% 추락했다.

 유키지루시유업도 이 회사가 생산한 우유를 먹고 1만5000명이 집단식중독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식품회사의 불량은 곧 도산을 의미한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인은 오염에 의한 황색 포도상구균이었다. 여기에 한술 더떠 회사측은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여기에 올해 1월에는 자회사인 유키지루시식품이 수입산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정부기관에 매각한 사실이 들통났다. 이로 인해 유키지루시유업은 2000년에 업계 1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는 6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자회사는 작년 중반에 감원, 보너스 삭감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불과 900만엔의 시세차익을 위해 속임수를 쓰다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비단 두 가지 사례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종합상사인 미쓰이물산도 이같은 부정을 저질렀으며 도쿄전력도 비슷한 실수로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기업은 경기상황에 따라 어려움도 겪고 큰 이익을 내기도 한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에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한결같다’는 덕목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일인가를 새삼 방증하는 대목이다. 또 ‘한결같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인가를 새삼 느끼게도 한다.

 IT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기업들에는 하루를 버티기가 힘든 상황의 연속이다. 특히 적자를 피할 수 없는 인터넷기업들에 한결 같은 서비스를 부탁한다는 것은 소비자로서도 무리한 요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없이 편의주의대로 경영한다면 기업은 더이상 존속의 가치가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떳떳해야 한다. 당장 경영성적표가 부끄럽지만 점진적인 개선을 꿈꾸는 것이 가장 정정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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