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 및 투자 관련 통계수치가 중국측이 집계·발표한 수치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 등 통상·투자 관련 부처의 정책 입안과 일선 수출·투자기업의 마케팅 수립에 일대 혼선을 야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태=관세청 통관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지난 2000년과 2001년 대중 무역흑자액은 각각 56억5000만달러와 48억9000만달러다. 하지만 이를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살펴보면 각각 119억2000만달러와 108억7000만달러로 최고 두 배 이상 늘어나 있다.
투자 관련 통계치의 양국간 차이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올 상반기 대중국 총 투자금액은 3억2000만달러다. 그러나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의 자료에서는 13억달러로 집계돼 있다. 무려 4배 가까운 차이다.
◇혼선=최근 국내 한 벤처캐피털 업체는 중국 칭화대 산하 IT집적센터에 대한 투자 타당성 검토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시계열분석 작업의 주요 근거자료로 활용해 온 우리측 대중 투자통계치가 중국측 자료와 너무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
담당 투자심사역은 “통계치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어 검토작업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며 “중국측 자료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한다해도 똑같은 사안을 두고 양국간 통계치가 4배씩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입 집계자료의 차이는 한중간 교역마찰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통계치는 국가간 통상마찰 조율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현재와 같이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 양국간 교역상황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원인=현재 한국측에서 집계되는 대중국 수출입 통계자료에서는 홍콩을 경유해 중국과 연결되는 교역과 투자는 모두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홍콩을 통한 간접교역도 모두 자국 통계치에 포함시킨다.
투자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과 홍콩에 대한 투자건수 및 금액을 나눠 계산하나, 중국측 자료에서는 대홍콩 투자분도 통합 집계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이영수 해외투자분석팀장은 “현재 대중국 투자가 한 건당 평균 80만달러에 지나지 않는 등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시중은행들 역시 해외투자 신고접수나 통보에 소극 대처하고 있어 정확한 통계집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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