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온을 D램 회사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55%가 비(非) D램 분야에서 창출되고 있고 무선통신, 초고속 네트워크, 스마트카드, 자동차 전장품 등에서 시장지배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한국 매출의 70% 이상이 비 D램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KT와 데이콤을 주축으로 하반기부터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망 구축사업이 본격화되는 한국 초고속 네트워크 시장에서 독일 인피니온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들과 2년여 동안 줄기차게 VDSL 장비 개발에 매달려온 것이 빛을 발해 9월부터 연말까지 30만 라인 이상을 공급하게 된 것.
인피니온테크놀러지 한국지사를 이끌고 있는 채종욱 사장(42·사진)은 인피니온이 인터넷과 커뮤니케이션 응용 분야에 종합적인 솔루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VDSL뿐만 아니라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에 공급한 범용패킷라디오서비스(GPRS) 방식의 베이스밴드와 고주파(RF) 부품 등도 수출형 단말기에 탑재돼 곧 상용화된다. 자동차 ABS(Anti-lock Brake System)용 집적회로(IC)를 비롯해 엔진 제어와 윈도 구동 등 점차 전자화되는 국내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87년 지멘스에 입사해 줄곧 반도체 관련 업무만 해오다 2000년 10월 인피니온코리아의 초대 지사장이 된 채 사장은 LG전자에서 TV 개발을 담당하던 엔지니어 출신. 34명 한국지사 직원들의 3분의 2 이상이 고객에게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영업은 에브넷코리아·다보산전 등 4개의 대리점에 맡겼다.
최근 인피니온 본사가 갈륨비소(GaAS) 고주파집적회로(RFIC)와 가전용 IC를 각각 트라이퀸트와 마이크로너스에 매각하면서 한국지사의 사업구조조정도 병행하느라 바빴다는 채 사장은 “인피니온은 D램 지배력을 더 강화하고 비 D램 분야를 병행, 향후 시스템온칩(SoC)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소개한다.
독일 드레스덴의 300㎜ 웨이퍼 전용 공장을 바탕으로 대만 프로모스·난야 등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D램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비 D램 분야의 주력품목을 인터넷 접근과 전장으로 집중하면서 시장파괴력을 더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이닉스와의 제휴 무산, EU의 상계관세 조사, 6월 말로 끝난 2002년 3분기 적자 등 최근의 핫이슈를 끈질기게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본사의 톱 경영진에서 판단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말할 위치가 아니다”라는 채 사장은 “인피니온은 원칙을 지키는 합리적인 회사”라고 답을 대신한다.
미국계 반도체 회사와는 달리 강성 노조가 회사의 중요 정책 결정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고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 목표를 설정, 달성 여부에 따라 자신의 인센티브를 결정하도록 하는 등 민주적인 운영체계를 갖춘 만큼 강한 조직력과 효율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머지않아 인피니온을 시장 1, 2위를 넘보는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으로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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