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00mm 투자 확대" 삼성전자 `독주` 체제로

 삼성전자(대표 윤종용)가 지난 6일 차세대 웨이퍼 가공라인의 골조공사 계획을 밝히는 등 300㎜ 투자 확대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300㎜ 반도체 시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00㎜ 전용 일관생산라인(FAB:팹)으로 구상중인 12라인과 13라인에 1335억원을 투입, 내년 1분기까지 골조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중 12라인에 대한 설비투자는 올 하반기와 내년 1분기까지 나눠 실시해 이르면 상반기중 300㎜ 웨이퍼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12라인의 300㎜ 웨이퍼 가공능력은 월간 총 1만5000∼2만장대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월 7000장(올해 말 기준)을 가공할 수 있는 기존 11라인의 300㎜ 설비를 포함해 내년 1분기쯤에는 총 2만2000∼2만7000장의 월간 처리능력을 갖추게 된다. 올해와 내년 300㎜ 관련 투자금액은 2조5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업계 최초로 양산공정에 300㎜를 적용, 300㎜ 웨이퍼 시대를 연 데 이어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와 벌이고 있는 300㎜ 투자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12라인 완성시점은=현재 삼성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1분기중 골조공사를 마무리하고 이후 청정실(클린룸) 공사, 장비 반입 및 설치, 시험가동 등의 과정을 거쳐 3분기 후반께 양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양산가동 시점은 1분기 가량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메모리 제조와 관련된 실무책임자급에서는 메모리 시장상황을 고려해 12라인 투자에 나서자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지만,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그룹 수뇌부측은 300㎜ 투자를 서두르도록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클린룸 공사에 필요한 기반공사는 올해 안에 마무리되고 내년 2월께는 장비 반입 및 설치가 완료될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직 12라인 설비 도입 및 운용과 관련 태스크포스(TF)는 완전히 구성되지 않았지만 늦어도 이달 안에는 상무급 팀장을 포함한 TF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바빠진 삼성전자측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12라인 설비 도입에 관련된 장비업체 선정 및 장비 발주 작업은 다음달께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9월 장비 발주, 내년 2∼3월 장비 입고, 3∼6월 라인 테스트, 3분기 초 양산라인 가동의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왜 서두르나=삼성전자는 과거 일본에 비해 200㎜ 웨이퍼 투자를 앞서 실시하면서 메모리부문에서 강자로 군림해오던 일본을 추월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300㎜의 경우 200㎜에 비해 장비 및 재료의 가격부담, 초기 수율저하 등 투자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가 300㎜ 투자에서 만큼은 최초의 회사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를 누차 밝혔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인텔·IBM·인피니온·TSMC 등이 300㎜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300㎜ 투자열기가 무르익자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란 전략을 구사해온 삼성으로선 현시점을 투자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프로모스·파워칩 등 대만업체들이 과감한 300㎜ 투자를 통해 한국을 추월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어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특히 300㎜에서 생산가능한 칩의 수는 종전 200㎜와 단순비교할 때 2.5배에 육박한다는 특성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200㎜ 투자에 머물러 있거나 삼성전자에 비해 3∼4분기 이상 300㎜ 투자가 늦은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에만 매출 19조8700억원과 순이익 3조8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세계 메모리업체 가운데 가장 풍부한 자금력과 이익창출능력을 가졌다는 점을 들어 300㎜ 투자 확대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