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시장의 경쟁자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가 벼랑끝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아남반도체의 지분 25.8%를 동부 관계사가 인수, 대주주가 되면서 양사는 사실상 한배를 타게 됐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HP와 컴팩의 메가톤급 합병은 아니지만 과잉투자와 과당경쟁으로 공멸위기에 놓여 있던 국내외 반도체업계로서는 한줄기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양사가 ‘제2의 하이닉스 사태’가 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해온 정부 관계자와 주주들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며 반기고 있다.

 사실 그동안 동부는 경제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데다 해외 영업능력이 취약해 자칫 부실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에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조금더 일찍 사업을 시작한 아남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라는 든든한(?) 고객이 있긴 했지만 공장 하나로 추가 투자없이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파운드리산업의 성장세만 바라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장에 진입했지만 대만 TSMC·UMC의 리더십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중국 등 후발기업들의 도전은 양사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주주총회, 합병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어쨌든 양사는 이제 공생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업체로서 제2의 D램 신화를 이끌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그동안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전문업체로서의 기술력과 영업력, 그리고 서비스 정신을 갖춰야 한다. 10여명에 불과한 중소기업 규모의 고객이라 해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철저한 프로의식이 있었기에 지금의 TSMC와 UMC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대만·중국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100여개가 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설계업체들이 있다. 이들은 제2의 퀄컴과 비아로 성장할 수 있는 한국 반도체 강국의 파수꾼이다.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고는 파운드리업체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이 공멸의 악수(惡手)가 될지, 상생의 악수(握手)가 될지는 양사 임직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각자의 경쟁력을 배가하는 데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기술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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