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갑종 <농수산TV 대표이사 kj0021@NongsusanTV.co.kr>
게임은 끝났다. 잔치는 끝났다. 시간의 조화란 본디 그러한 것인지 월드컵의 함성과 열기가 어느덧 꿈결 같기만 하다. 그런데도 게임의 명장면, 가슴 뭉클한 장면은 자꾸만 생각나고 망막에서 사라질 줄 모른다.
특히 앳되 보이기만 하는 박지성 선수가 한골 멋지게 성공시킨 다음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가슴에 매달리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피부색은 달라도 그들은 마치 아빠와 아들 같았다. 히딩크는 큰 성공을 거두고 귀향한 자랑스런 아들을 받아들이듯 박지성을 뜨겁게 끌어안았다.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또하나 있다. 중학생쯤 됐을 아이 하나가 TV에 나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방송사 기자가 들이댄 마이크에 대고 “히딩크 아저씨 너무 좋아요! 아빠한텐 미안하지만 진짜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어요!”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히딩크가 얼마나 좋으면 저런 말까지 할까 싶었다. 집에 계신 ‘우리 아빠’가 저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걱정될 정도였다.
필자는 곰곰 생각해봤다. 생각의 주제는 ‘아빠’였다. 필자는 왜 박지성을 히딩크의 아들처럼 느꼈을까. 그 중학생 아이는 왜 히딩크가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일까.
필자는 마침내 히딩크가 요즘의 부권상실 시대에 홀연히 나타난 ‘아빠’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혹하리만치 엄격하지만 가슴은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아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주고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아빠, 말만 앞세우지 않고 실천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는 아빠…. 불행하게도 이 사회에는 그런 아버지상이 사라진 지 오래였고 히딩크는 그 빈 자리를 넉넉하게 채워줬던 것이다.
생각의 끝은 이러했다.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의 기업문화는 구미 선진국에 비해 가부장적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지만 한 회사의 CEO가, 임원들이, 부서장과 팀장들이 히딩크 같은 ‘아빠’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그 ‘가부장적’이라는 말은 얼마나 좋은 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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