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백신 불법복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400여개 대학 가운데 정품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해 동안 국내 백신업체와 백신 정품사용계약을 맺은 대학은 203개. 이중 안철수연구소와 정품사용계약을 맺은 대학은 110개이며, 하우리와 시만텍코리아, 한국트렌드마이크로가 계약을 체결한 대학은 모두 93개다.
4개 업체의 대학 시장점유율이 100%에 가깝고 대학 가운데 백신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50%에 가까운 대학이 불법복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올해 사실상 불법복제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계약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백신은 다른 소프트웨어와 달리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제품을 구입했더라도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불법복제로 간주된다.
특히 대학은 지난 99년 정품 백신 구매를 조건으로 불법복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업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99년 대대적인 정부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단속이 벌어졌을 때 전국대학정보전산인협의회는 교육기관의 공공성과 예산 마련의 어려움을 이유로 2002년까지 단계적으로 정품을 구입하겠다는 조건으로 단속유예를 받은 바 있다.
또 사무용 프로그램이나 그래픽 프로그램 등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외산 소프트웨어는 대학이 제값을 주고 구매하고 있는 반면 백신처럼 경쟁이 치열한 제품은 외면하고 있다.
고광수 안철수연구소 공공영업팀장은 “교육기관이라는 사회적 특성을 감안해 대학은 외산 그래픽 프로그램 10여개 정도의 금액에 모든 서버 및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백신을 사용할 수 있는 특혜를 받고 있다”며 “지난 99년 정품 구매 약속을 내용으로 하는 성명서까지 내면서 여론을 조성해 불법복제 단속을 피했는데 단속이 느슨해지자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작년 백신 사용 재계약을 맺지 않은 모 대학의 전산담당자는 “부족한 예산에 맞추다 보니 백신의 경우 업체간 경쟁을 일으켜 가격을 깎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고 불법복제 상태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외산 소프트웨어는 수업 진행에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정품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품 사용을 약속한 전국대학정보전산인협의회는 아직 대학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 정확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김창환 전국대학정보전산인협의회 사무국장은 “2000년에 불법복제 현황 파악을 한 것이 마지막이며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다시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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