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KT주식 2756만7000주에 대한 매각 공모에 총 6532만4000주(청약경쟁률 2.37대1)를 청약함에 따라 그동안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KT지분 매각작업이 마무리됐다.
18일 끝난 청약 결과 SK텔레콤이 전략적투자자에 배정된 5% 지분(EB 제외)을 청약한 것을 비롯, 삼성생명·삼성투신 컨소시엄이 1%, LG전자가 1%, 대림산업이 0.5%, 효성 컨소시엄이 0.5%를 각각 청약했다. 또 기관투자가에게 배정된 2%와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1.83% 지분도 모두 청약됐다고 밝혔다. 청약률은 전략투자자 그룹이 1.91대1, 기관투자가 그룹이 1.44대1, 일반그룹은 4.63대1이라고 한다.
공기업 개혁 및 민영화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이번 KT 지분매각의 최대 변수는 SK그룹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KT지분 참여를 외면하는 듯하던 SK그룹이 SK텔레콤을 내세워 9.27%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또 법인이 아닌 기관투자가를 통해 신청한 삼성과 효성 등이 순위에서 밀려 배정에서 제외된 것도 이변이었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던 KT민영화 작업이 외견상으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민영화에 따른 후유증은 적지 않을 것 같다. KT와 SK의 양강구도에 LG를 중심으로 한 제3세력을 키워 3강체제로 만들겠다는 정부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SK텔레콤이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고 하나 제2의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제1통신사업자인 KT의 최대 주주로 부상, 국내 통신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KT와 동종업체이기 때문에 KT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없어 SK그룹이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다. SK그룹 관계자들도 청약의 주목적이 KT가 독점하고 있는 시내전화망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KT가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 9%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 KT 인수가 목표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도 정관개정 작업 등을 통해 SK텔레콤을 포함한 특정 기업이 KT를 소유하거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SK가 KT의 지분매입에 나설 경우 정부와 KT 경영진이 이를 막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KT가 재벌기업의 손에 완전히 넘어가게 되면 그간 KT가 강조해 왔던 국민생활의 편익증진이나 공공복지 등 공익과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대 통신기업이란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할 경우 다른 통신사업자들의 반발 내지는 불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최대의 가입자 기반을 갖춘 KT가 기존의 틀을 깨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 다른 통신사업자들이 불공정 경쟁 문제를 제기할 소지는 농후하다.
KT 경영권에 대한 안전장치가 보장돼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칫하면 민영화된 KT가 우리의 통신경쟁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KT 지분 매각에 안도하기보다는 사외이사 추천권 처리 등 민영화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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