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대구IT포럼, 대덕IT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제2회 대덕IT포럼(회장 오길록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이 대구·대덕IT포럼 협력식을 겸해 지난달 30일 대구 프린스호텔 별관 5층 갤럭시홀에서 열렸다. ‘IT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의 역할 및 IT벤처기업을 위한 민간협력 증진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대학교수와 시의원, 국내 IT벤처분야 전문가가 참석해 정보통신 인력양성에 관한 방안 및 양 지역간 포럼을 통한 협력방안 등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참석자=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박성태 대구시의원, 이기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문 연구위원, 이홍규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교수, 진성일 충남대 교수, 최창학 대구IT포럼 회장(대구시 정보화담당관)(가나다순)
△사회=박광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장
△장소=대구 프린스호텔 별관 5층 갤럭시홀
◇사회(박광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장)=정통부를 비롯한 정부 및 관련부처의 보고서에 의하면 5년 이내에 IT인력이 10만명 이상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에는 한해에 IT인력을 1만명 이상, 유사관련학과까지 합치면 약 2만명의 인력이 배출되고 있는데 이들이 일할 자리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IT인력의 현황과 수급전망에 대해 알아보죠.
◇김진형(KAIST 교수)=인력수급문제와 관련, 숫자상으로 볼 때 IT인력은 이미 충분히 늘어나 있는 상태라고 봅니다. 오히려 더 이상의 인력양성은 다른 분야의 인력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IT인력의 양적인 부분보다는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진성일(충남대 교수)=전체적으로 고급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나마 인력들은 최근 벤처산업이 침체되면서 대부분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해당분야에 꼭 필요한 인력이 없는 것은 대구나 대덕이나 똑같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지만 우선 헤드헌팅업체들이 지방에도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인력시장이 있어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또 기업이 꼭 필요한 인력을 산학 연계를 통해 학교 등 교육기관에 주문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거기에다 지방 대학교수들은 인력들이 대기업보다는 지역 또는 중소 기업에 갈 수 있는 마인드를 조성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인력수급은 국가적인 지원사업과 연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현장에서 필요한 고급인력에 대한 수급문제가 해소되리라 봅니다.
◇사회=ICU는 고급 IT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ICU에서 배출하는 고급인력과 산업계 및 연구계간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요.
◇이홍규(ICU 교수)=ICU는 정보통신산업이 국가발전의 핵심요소로 부각되면서 정보통신분야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자는 것이 설립취지입니다. 따라서 ICU는 그동안 정보통신과 관련된 대학원 교육만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학부와 관련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ICU의 연구활동은 주로 프로젝트 형태로 이뤄지고 있으며 교수들도 질적인 면에서의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력수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내 인력시장은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경력자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고, 대학졸업생들은 대부분 대기업 취업을 원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기업만이 고급인재를 독점해서는 우리 경제가 균형을 갖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습니다. 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대기업은 주로 아웃소싱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도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분업체제가 구축되면 인력수급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바로 포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오늘 같은 포럼들이 지속적으로 열려 벤처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부각시키고 홍보함으로써 국내 IT 인력생태계에 균형이 잡힐 것입니다.
◇최창학(대구시 정보화담당관)=IT인력육성 부분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 기존의 대학 인력육성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지역의 모 대학총장이 교수와 함께 학교 규정을 고치는 것은 벼룩 세마리를 한곳에 놓고 한쪽 방향으로 뛰게 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의 변화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대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발굴해야 합니다. 또 오늘과 같은 포럼을 통해 변화를 여론화하고 확산시켜 나갈 때 뭔가 구체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 정부나 지자체의 IT관련 조직들도 확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성태(대구시의원)=대구시의회에서도 IT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 또한 IT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대구시의 정보화 수준과 관련해 우려하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대구시는 오래전부터 전자분야에 특성화돼 있고 상당수의 인재가 배출됐지만 그러한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지식산업분야의 수준이 최하위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또 정보화 관련 예산비중이 16개 시도 중 15번째로 전체 예산의 0.3∼0.5%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IT를 담당하는 곳도 제각각 달라 시의회는 시가 정보화와 관련된 청사진이 있는지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력의 활용문제에 대해서는 시가 지방에서 배출된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전의 경우 대덕연구단지를 통해 IT분야의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데, 대구도 이런 분야의 연구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대학 등 교육기관도 변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체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학풍에 기인한다고 보는데 대학도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김진형=지방대학의 설립목적에는 지역 산업발전에 공헌하라는 뜻이 내포돼 있습니다. 따라서 지방대학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된 정책방향에 따라 학교의 커리큘럼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쉬운 점은 지방 대학교수들이 지역에서 열리는 IT관련 포럼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자세가 부족합니다. 이런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교수들과 지역 산업이 진정한 산학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봅니다.
◇사회=IMF이후 교수창업이 급증했고 그 중에 성공한 벤처도 많습니다. ETRI가 보는 바람직한 산학협력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이기식(ETRI 전문 연구위원)=교수와 연구원 등 기술인력들이 사회로 나와서 창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수 창업벤처가 사회로 나와 많은 실패를 경험했는데, 이들 벤처가 실패한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교수들은 우선 벤처업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고, 학교 및 연구소 인력이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 실패의 원인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학국유재산법·사립학교법 등 대학관련 규정이 정비되고 있고, 특별법인 형태의 산학협력법인을 만들어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앞으로 교수창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술개발 결과물에 대해 평가와 수익배분 등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도 각 대학과 연구소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사회=최근 벤처윤리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런 벤처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김진형=개울에도 돌이 있으면 물이 잠시 역류할 수도 있지만 큰 흐름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벤처위기도 크게 걱정할 것은 못됩니다. 정부는 앞으로 벤처를 보호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구에서도 지역 IT벤처를 키우려면 시가 발주하는 여러 사업들에 지역 IT벤처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수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최창학=사이비 벤처 바람으로 기술력 있는 벤처가 곤경에 빠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벤처가 모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입니다. 자기 기업을 끝까지 움켜쥐고 있으려는 벤처기업인의 발상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건전 벤처 분위기를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사회=오늘 포럼은 대구IT포럼과 대덕IT포럼이 협력조인식을 겸해 열렸습니다. 대구IT포럼과 대덕IT포럼의 협약은 지방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어떤 협력이 가장 효과적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시죠.
◇최창학=대구IT포럼과 대덕IT포럼간 협력조인식을 계기로 대덕IT포럼이 가지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대구IT포럼의 인력양성기능을 결합해 한국 IT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번 한번의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오프라인상에서 상호 인력 교류 및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트를 구축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발굴하는 행사로 계속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인적 네트워크는 단기간에 구축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상호신뢰가 전제 되지 않으면 협력을 통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겠죠. 앞으로 상호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상호 활발한 교류를 만들어가야 하겠죠. 대구·대덕IT포럼이 지역 순회포럼 등을 통해 교류를 쌓아간다면 더욱 친숙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으로 믿습니다.
◇진성일=대구와 대덕IT포럼간의 협력은 비수도권간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만남을 시작으로 좀더 협력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온라인을 통해 상호 소식을 전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서로를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리고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김진형=현재로서는 두 포럼간 협력에 대해 구체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서로가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상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대덕IT포럼에서는 매번 IT관련 유망벤처기업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런 자리는 상당히 유익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서로 어떤 업체들이 있는지 알고 업체간 상호교류를 주선하는 방안도 모색해야겠지요.
◇이기식=전통적으로 대구는 경제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도시이고, 대덕에는 연구소가 집결돼 있어 기술가지가 많이 처져 있습니다. 따라서 대구의 경제력 경험과 대덕의 기술력을 합친다면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대구와 대덕에서 자생한 벤처가 상호 보완해 컨소시엄을 형성한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죠. 대구·대덕IT포럼이 상호 협력한다면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셈입니다. 두 포럼이 자주 만나 경제력과 기술력을 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홍규=최근들어 전통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대구의 전통적인 경제력과 대덕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해 나가야 합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서로간의 만남의 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퇴색되고, 서로 이익이 없으면 열의가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은 항상 경계를 해야합니다. 지속적으로 열의가지고 협력을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런 네트워크를 꾸려가는 분들이 열의를 갖고 구성원들의 열의가 식지 않도록 만들어 줘야 합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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