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문에 가장 눈에 많이 띄었던 영어 알파벳은 단연 T자다. IT(정보기술)로 시작한 T자의 행렬은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 CT(문화기술), ST(우주항공) 등 그칠 줄 모른다. 정부 부처마다 T자를 하나 들고 나오지 못하면 마치 미래로 가는 대열에 끼지 못하는 낙후된 부처로 보이는 양 신조어를 하나씩 만들어 예산을 확보하고 다채로운 육성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혼돈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T는 기술(technology)이지, 산업(industry)이 아닌 것이다. IT분야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었지만 결국 기존 산업에 접목돼야 부가가치를 발휘하고 고용과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6T는 기술이다. 바이오분야에서 미국에서도 시약이 개발돼 최종 의약품이 나올 때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나노(nano) 자체가 무슨 산업인가. ET, CT, ST도 마찬가지로 기술일 따름이다. 엄청난 투자와 수 없는 실패 끝에 개발한 기술분야도 실용화할 수 있는 것은 10%도 안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각 T의 지원정책에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를 위한 세가지 단골메뉴가 있다. 즉 기술개발 센터, 실용화 센터, 신뢰성 평가센터 등 세가지 센터 설립이 꼭 들어간다. 이제 막 초기 R&D에 들어가는 단계면서 벌써 최종제품의 시장 적합 여부를 평가하는 신뢰성 평가센터가 생기는 것이 우리나라다. 분야마다 중소 벤처기업을 위한 투자 펀드가 조성되는 것도 필수메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조성된 펀드 가운데 현재 몇%나 소진되고 있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나노분야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니 교육당국에서는 대학학부에까지 나노학과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나노는 고도의 기술융합이다. 섬유나 화학 같이 따로 떼어 낼 수 없는 분야로 적어도 대학원이나 연구소 등 고도의 기술인력 영역이다.
정부에서 5년 계획을 세웠다니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조용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제발 부처마다 T자 하나씩 나눠 갖고 T를 춤추게 하지 마라. 우리 선배들이 개발 연대에 앞뒤 안보고 그냥 열심히 일하다가 하루는 돌아보니 선진국 문턱에 와 있었다고 한 것처럼 신기술분야도 단기적인 성과를 재촉하지 말고 거북이처럼 한걸음 한걸음 가다보면 어느날 기술선진국이 돼 있을 것이다.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che@kote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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