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삼성 `밀월` 깨지나

 ‘한때는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기도 했건만 어느덧 이별인가.’

 어려울 때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삼성전자와 주성엔지니어링간의 밀월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정치군사 논리가 반도체장비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것.

 주성은 지난 99년 기준 세계 화학증착(CVD)시장의 8%를 점유했다. CVD사업을 본격화한 지 3∼4년만에 도쿄엘렉트론의 시장점유율(99년 7%)을 앞선 것에 대해 관련업계는 경악과 찬탄을 보냈다.

 그 원동력은 국내 소자업체,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의 도움이 컸다. 이는 주성의 연간 매출 중 삼성전자의 비율만 살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96년부터 98년까지는 평균 46%, 지난해에는 53%, 올해는 48%로 추정된다. 하이닉스반도체의 비중이 높았던 99년(29%)을 제외하고 삼성의 비중은 매년 매출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그런데 지난 8월부터 삼성전자가 협력업체 감사에 들어가면서 삼성전자와 주성간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삼성은 장비업체에 감사인력을 파견, 하루 동안 자사와 연관된 접대비 지출내역을 들춰보는 식의 감사를 실시했던 것에 반해 주성에서는 여러 날에 걸쳐 접대비 지출 감사, 기술감사 등 각종 자료를 이잡듯 뒤졌다고 한다.

 감사 직전인 6월 주성이 드라이에처 개발부문 경쟁업체인 에이티엘을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둘의 사이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주성이 경영부실이 심각했던 에이티엘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았지만 최종 인수를 결정하게 된 것은 삼성전자측의 설득이 중요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주성에 “국가 산업발전을 위해 공중분해보다는 자금여력이 있는 주성이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로 밀어를 주고받을 만큼 둘 사이는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8월들어 삼성전자가 내부조직에는 사정의 칼날을, 주성에는 돋보기를 들이대자 주변에서는 둘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고 추측했다. 감사 마무리 시점이었던 9월에는 급기야 주성이 삼성전자의 거래중지업체 명단에 들었다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괴소문마저 나돌았다.

 이유와 과정이 어찌됐든간에 삼성과 주성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외부의 관측이다. 삼성의 전례없이 차가운 반응을 감지한 주성은 최근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섰다.

 주성은 최근 삼성 대상의 영업인력을 종전 4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또 삼성이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 같았던 300㎜ 드라이에처 개발부문에서는 삼성대신 하이닉스반도체와 외국업체들이 후원자로 자리잡았다.

 그렇다고 주성과 삼성이 완전히 결별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상호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외산 장비의 가격인하를 이끌어낸 효과가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외국 장비업체가 독식하던 장비분야를 국산화할 경우 경쟁관계 성립으로 장비가격이 하락한다. 생산비 절감이 곧 강력한 국제 경쟁력으로 되돌아오는 현 상황에서 결국 삼성이 필요에 의해 과거의 친구를 되찾게 될 가능성도 높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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