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상 인수합병 해당 기업은 밝히지 않게 돼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최근 경기침체에다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의 탈출 해법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이 거론되고 있지만 벤처M&A 전문가의 말은 M&A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M&A 대명사로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가 꼽힌다.
시스코의 체임버스 회장은 일종의 인터넷 주소를 찾아주는 라우터란 통신장비를 축으로 그 주변의 연관기술기업을 잇따라 흡수하면서 급성장, MS·ASP·오라클 등과 어깨를 겨룰 만큼 커졌다. 시스코는 주로 합병기업에 고가의 자사 주식을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인수된 기업들도 합병에 대해 편견을 갖기보다 자랑스러워했다.
혹자는 시스코의 M&A 방식이 너무 단적이며 미국이란 경제 규모가 가능한 시장에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벤처 역사가 5년 남짓한 우리와 달리 미국은 50년이나 된다. 또 M&A에 부수적인 세제상 문제도 잘 정비돼 있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에서 M&A가 벤처 문화의 일부로 정착돼 자연시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일반인이나 벤처 CEO들에게 M&A는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각인돼 있다. 게다가 무조건 적대적으로 이뤄지며 세제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수된 기업은 무조건 열등하다는 식의 시각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기지표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현시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M&A 도입기’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마케팅·영업·자금난의 위기에 봉착하면서도 어떻게 잘되겠지 하고 기다리는 일부 벤처 CEO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CEO가 도망가고 기술자만 남아 있다는 벤처빌딩 얘기를 들으면 천수답을 지키는 농부가 연상된다.
마침 정부가 벤처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까지 발표한 시점이다. 여기에 정부가 M&A 활성화를 위한 홍보 강화·세제 정비 등의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어떨까. 움추러든 벤처시장 활성화에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일반인과 기업인의 M&A에 대한 시각 교정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과학기술부·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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