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게 없네요. 항상 그 밥에 그 나물입니다.”
최근 막을 내린 e비즈니스 관련 전시회장에서 만난 중년 관람객의 불평이다. 은행에서 고객관리창구팀을 총괄하는 그는 e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아서 매번 관련 전시회를 둘러보곤 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에는 일년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열리는 전시회 중 B2B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 해서 기대감을 갖고 왔지만 소득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달에 한 번 이상꼴로 열리는 정보기술(IT)이나 e비즈니스 관련 전시회장을 둘러봤던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겪는 경험이다. ‘혹시나’하는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매번 똑같은 업체들이 참여하고 그나마 특별한 기술이나 신제품의 전시보다는 대부분의 업체가 단순한 마케팅 활동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시간이 흐를수록 전시회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상이 왜 되풀이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시회 자체가 관람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짚을 수밖에 없다. 실례로 IT나 e비즈니스란 용어 자체가 생소할 때의 90년대 전시회와 2001년 현재 전시회를 객관적으로 비교해봐도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
바쁜 시간을 쪼개 전시회를 찾을 정도의 관람객이라면 IT나 e비즈니스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제 이들이 찾는 것은 단순히 ‘무엇이 있다’,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다. 특히 최근에는 TV 등 지상파를 통해서도 e비즈니스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실생활과의 접목에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보면 IT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는 전시회 주최측이나 참여업체들은 현재의 안일함을 반성해야 한다.
전시회의 질적 성장을 위해 덧붙여 말하면 이제 오프라인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더 이상 e비즈니스 관련 전시회가 IT업체만의 잔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e비즈니스 성공관이라고 하는데 왜 오프라인 기업이 눈에 보이지 않죠.” 한 관람객의 충고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디지털경제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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