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자니 앞이 안보이고 감원을 하자니 퇴직금이 부담스럽고.’(반도체 패키징업체 인사담당자)
‘경력있는 기술인력을 확보하려면 뭉칫돈을 들고 해외로 나가야.’(중소 반도체 설계업체 사장)
국내 반도체업계가 인력조정 문제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한쪽에서는 넘쳐나는 유휴인력에 감원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필요한 핵심기술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제품개발마저 차질을 빚는 상황.
업계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한국의 경쟁력인 인력에서마저 손실을 입어 반도체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감원을 추진중인 반도체 생산업체=반도체시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주문량이 급감한 패키징·테스트업체와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는 집단휴가와 순환휴직도 부족해 이제는 감원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2800여명의 임직원을 뒀던 칩팩코리아는 올해말까지 1800여명으로 전체 인력을 줄인다는 계획아래 이미 3차에 걸친 명예퇴직 접수로 감원작업을 시작했다. 자연감원까지 합쳐 지난달말까지 총 2200여명으로 인력을 축소한 칩팩은 희망퇴직을 한차례 더 실시해 연말까지 목표인력을 맞출 계획이다.
그동안 생산직 여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실시해온 아남반도체도 이달 중순 희망퇴직을 받아 100여명(전체 인력의 8%)을 퇴사시켰다.
아직 감원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ASE코리아는 지난달부터 전직원 700여명이 한달씩 순환휴직을 실시중이다. 휴직기간중 평균 급여의 50%를 고용보험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이것도 6개월로 한정돼 있어 내년 2월이면 끝나는 상황이다.
ASE의 인사담당자는 “아직까지 감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나 희망퇴직을 받으려 해도 장기근속자가 워낙 많아 퇴직금 지급이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인력난 겪는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평균 10∼20여명의 인력을 가진 중소 반도체업체들은 대다수 연구개발(R&D)인력으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제품 개발에는 기술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시스템온칩(SoC)으로 반도체의 기능이 통합되고 있어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에 주력하는 이들로서는 반도체와 시스템 분야를 두루 경험한 인력이 필수적이다.
무선통신에 필요한 무선주파수(RF) 관련 기술인력을 구하기 위해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 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는 한 중소업체 사장은 “국내에는 비메모리 관련 경력있는 기술인력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해외에서 스카우트하려 했으나 선수금 요구도 높고 영세한 벤처에 오기를 꺼려해 그만뒀다”고 하소연했다.
◇우려되는 인력 공동화 현상=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국내 반도체업계의 인력수급 현황이 불균형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생산하는 데만 급급했던 국내 반도체산업구조의 기형성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더욱이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정책이나 인력양성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생산인력은 남고 필요한 핵심인력은 부족한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자칫 잘못하면 국내 반도체업계에 인력공동화 현상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전체 산업 및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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