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WTO 등 여러 국제 기구에서 EC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간 경제협력기구인 ASEM에서도 우선 추진과제로 EC 관련 항목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25·26일 개최되는 ‘ASEM 전자상거래 세미나’는 바로 아시아·유럽지역간 EC 구현을 위한 공동행보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전자거래진흥원과 본지는 이와 관련, 23일 정부·학계·민간기업 대표를 초청해 ‘아시아와 유럽간 EC 활성화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주
아시아와 유럽간 EC를 위해선 우선 유럽시장의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유럽(EU 15개 회원국)의 면적은 한·중·일 등 아시아 전체 면적의 4분의 1, 인구는 아시아 지역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유럽의 GDP는 7조9000억달러로 아시아의 6조7000억달러보다 많다. 여기에 유럽의 아시아지역 수출은 지난해 1172억달러인데 비해 아시아지역으로부터 수입은 2452억달러다. 또 통관절차가 필요한 것처럼 국경의 개념이 명확한 아시아와 달리 유럽은 국경이 없고, 내년부터 유럽지역의 공통화폐인 유료화가 전면 사용된다.
이런 상황은 아시아지역 내에서 또는 미주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했던 EC 활성화 방식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산업연구원 김기홍 박사는 “수출입 규모만 보더라도 아시아가 유럽간 EC 구현을 위한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이 나타나 있다”며 “그러나 유럽지역의 경제 인프라는 곧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EC 확산 논의의 한계를 의미하는 만큼 처음부터 개별 국가가 아닌 EU라는 거대 협력기구를 대상으로 한 협력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지역의 기업과 교역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사례를 보자. 스웨덴 등지에 골프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일통상은 지난해 10만달러에 이르는 유럽지역의 수출물량 중 60%를 인터넷에서 처리했다. 국일통상 박광숙 대표는 “e트레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온라인 거래를 시작했다”며 “미미하나마 비용절감 등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온라인 상에서 바이어를 발굴하는 작업이다. 전자무역이 ‘얼굴없는 거래’다보니 바이어들을 쉽게 신뢰할 수 없고, 근원적으로는 유럽 기업들이 EC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도 한계다. 물론 거래체결 이후에 따르는 각종 서류작업이 모두 오프라인으로 처리된다는 점도 문제다.
ASEM EC 세미나는 바로 이런 난제 해결을 위한 첫 삽이다. 산자부 김종갑 국장은 “지금까지 유럽과 무역투자 관계는 북미지역에 비해 적었지만 점차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한 무역활동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같은 전망은 EC 인프라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국장은 “이번 세미나는 지난해 5월 6차 ASEM 무역·투자고위관리회의(SOMTI)에서 우리가 제안한 안이 채택된 결과”라며 “EC에서 만큼은 우리가 기여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세미나에서 ‘EC 통계조사를 위한 공동모델 개발’ ‘e트레이드 시스템 구축’ ‘아시아유럽간 정보 포털사이트 설립’ 등 6개 협력프로그램을 제안할 계획이다.
김성희 KAIST 교수는 “조세·소비자 보호·개인정보 보호·지적재산권 등의 과제를 선결하기 위해 노력하되 ASEM 내 양 대륙의 기업인들이 만나는 아시아유럽비즈니스포럼(AEBF)을 적극 활용, 실질적인 상거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협력은 일회성 노력으로 안되는 만큼 유럽지역과 무역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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