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계자동화(EDA)업체 시놉시스의 라이선스료 인상 파문에 이어 미국 케이던스가 국내 대학에 무료로 공급해온 교육용 EDA툴 지원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 10월 18일 1, 3면 참조
대학교수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반도체 공동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는 그동안 각 대학에 무료로 지원해오던 시놉시스 에픽(Epic)툴과 케이던스 EDA툴의 공급을 이달부터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떻게 된 것인가=IDEC는 그동안 교육 목적으로 EDA업체들로부터 툴을 협찬받아 지원해왔지만 최근 시놉시스가 상업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들어 Epic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통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케이던스는 공급제품수를 3분의 1로 줄이면서 유지·보수비용을 올려달라고 요구해 협상을 시도했지만 양측의 이견으로 결렬, 이같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IDEC로부터 EDA툴을 공급받아 반도체 설계실습에 이용해온 서울대·경북대 전기전자공학부 등 전국 61개 대학에서는 현재 설계실습 및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IDEC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KAIST 경종민 교수는 “수차례에 걸쳐 EDA업체들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툴수를 줄이고 유지·보수비용을 올려달라는 요구는 예산이 없어 응할 수 없었다”면서 “대학에서 교육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툴은 일본·대만 등 다른 나라에도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이던스 관계자는 “최소한의 유지·보수비용만 받고 툴을 지원한 것은 잠재고객 확보를 위해 투자한 것”이라며 “5년이 지나도 매출이 늘기는 커녕 계속 더 많은 제품의 무료지원을 원해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놉시스 역시 “Epic툴은 연구개발에는 필요가 없는데도 IDEC측에서 계속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무리하다고 판단,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케이던스는 제품 사용을 원하는 대학은 직접 방문, 개별 협상을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시놉시스는 Epic 이외의 다른 툴은 당분간 정상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엇갈리는 양측 입장=IDEC는 연구과제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연간 예산이 10억원 남짓 되는 상황에서 케이던스의 요구대로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유지·보수비용을 2∼3배로 올리면 센터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IDEC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대만의 CIC, 일본의 VDEC, 캐나다의 CMC 등도 EDA업체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연구개발 및 교육에 사용하고 있고 미래고객인 대학생 및 교수들과 중개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비단 국내에서 이런 사태가 불거진 것은 케이던스의 한국 영업방침이 유지보수비를 거둬들이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업체의 설명은 다르다. 케이던스는 대학생이나 교수들이 연구개발과 실습을 통해 미래의 고객이 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IDEC를 통해서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해마다 300카피가 넘는 EDA툴을 정가의 2∼3% 밖에 되지 않는 유지·보수비만으로 공급하기는 더이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시놉시스의 주장처럼 일부 대학에서는 연구개발 목적이 아닌 상업용으로 쓰거나 불법복제의 우려도 있어 직접 관리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망 및 대안=일단 IDEC와 케이던스는 더이상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IDEC는 국산 EDA툴 업체들을 찾아나서 지원받는 방안을 추진중이고 케이던스는 국내 대학과 개별 협상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EDA툴 지원이 중단되면서 각 대학의 연구개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산업의 인프라 확대를 위해 대학 및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거나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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