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T경기 `바닥` 안 보인다

 국내 IT경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심각한지는 몰랐다.

 많은 IT업체들이 자금난으로 부도에 떨고 있다. 사장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다. 저금리시대라고 하지만 돈빌리기가 쉽지 않다. 매출 목표달성은 물론 채산성을 맞추는 것도 어렵다. 구조조정에 매달려 정상적인 경영을 펼치는 기업은 얼마되지 않는다. 시설이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진하고 회사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투자할 분야를 찾기 어렵다.

 감량경영으로 회사를 떠난 사람들은 새로운 직장구하기가 여의치 않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이다. 주식시장도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주가하락이 다소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IT종목의 매도세는 수그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가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숫자상의 경기지표만으로 IT경기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당면한 IT경기위축의 실상을 설명하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산자부가 수출입 실적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달의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63%나 줄어든 9억7000만달러에 그쳤으며 컴퓨터도 같은 기간 동안 34% 감소한 9억1000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IT경기를 주도해 온 핵심제품의 실상이 이런데 다른 제품은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다소 시간이 지났지만 통계청의 산업활동 지수도 우리 IT경기의 현실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8월 중 IT산업활동은 수출부진의 영향으로 생산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4.7% 감소했고 출하는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경기전망도 밝지 않다. 얼마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주요 업종의 최근 동향과 4분기 전망’에서도 4분기 반도체를 비롯해 IT 관련 제품의 수출은 전세계 경기 침체 등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은 ‘미 테러사태가 상장제조업체들의 매출 및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경기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상장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올 상반기 5.4%에서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업의 채산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상반기에는 8.1%였으나 하반기에는 6.1%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여러가지 정황에 비춰보면 IT산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IMF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이같은 진단을 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주장해 온 정부의 적극적인 IT경기활성화 대책이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정책도 어느 정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내년도 예산의 조기집행과 해외 수출시장 개척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도에 정보화촉진자금 2조4000억원을 조기에 집행하고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중남미나 중동지역의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은 틀리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프로젝트의 수주기간이 오래 걸리고 추가 수요확보가 담보되지 않는 해외시장개척에만 매달려서는 경기자극의 효과를 거두는데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미국 테러사건이후 급변하는 최근의 국제 경제환경이 우리 IT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환율불안과 기업과 개인의 투자심리 위축이 계속된다면 우리 IT산업은 문자그대로 ‘파탄지경’에 이를 지도 모른다

 공공기관의 예산집행은 물론 각 기업이나 개인의 정보화 수요를 촉진하는 방안을 통해 내수경기 부양을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정책당국자들이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금기현 IT산업부장 khku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