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패러다임 전환기

 ◆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bnjung@etnews.co.kr

21세기를 갓넘긴 현재 IT혁명은 멈출 줄 모르고 그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에 필적하는 커다란 충격파를 정치·경제·문화 등 국가시스템의 모든 분야에 파급시켜 커다란 물결을 이루면서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가정에 전화기가 있으면 부자로 취급받던 시절이 불과 20∼30년 전의 일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만 2800만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가정, 사무실은 물론 이동하면서까지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활용도구도 PC에서 휴대폰, PDA 등으로 다양하며 앞으로 더많은 단말기가 등장할 태세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이제 세계 모든 국가가 선점 차원에서 총력전을 전개하기에 이르렀으며 개인은 물론 단체들까지 경제생활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도구로 등장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IT혁명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기에 접어든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들어 IT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불과 2년전 닷컴기업 벤처열풍이 불어닥쳤으나 현재는 수익모델 부재와 거품논쟁 속에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경제의 침체 주범이 신경제 탓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전환기 속에 발생한 미국 테러사건으로 가속화되어야 할 IT혁명이 다소 정체기에 접어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 농업을 중시하는 시대에 산업혁명이 발생했을 당시를 회상해 보자.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전하면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변화하던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으며 산업사회가 정착되는 기간은 수십년이 걸렸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변화하는 현재의 상황은 농업사회 때보다 더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와같은 논의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고 소요되는 기간도 현재진행형이어서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닷컴기업이나 벤처기업들 중 상당수가 현재와 같은 과도기에 적응치 못하고 퇴출되는 과정을 지식정보시대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만 한다.

 분명히 IT기술의 발전은 혁명적인 요소를 수반하고 있다. 정보격차로 인해 계층간의 위화감이 발생할 수도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치 못해 퇴출되는 기업과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보화를 늦출 수는 없다. IT기술은 20세기 후반 미국경제를 활성화시켰고 21세기에는 정보유통을 가속화시키고 여러분야에서 산업발전을 선도하는 핵심기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IT기술은 국가의 위기상황이었던 IMF를 극복하는 밑받침이 되었다. 나아가 지식정보화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출발점으로 그 위치를 다지고 있으며 세계 선도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주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IT혁명에 따라 등장하는 지식정보사회는 현재 침체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의 활력소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IT혁명은 기술발전이 빠르고 시장이 역동적이어서 미래를 대처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기업간 인수합병이 다반사로 발생하면서 갑자기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며 기술의 컨버전스에 따라 새로운 경쟁분야가 출현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IT분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침체의 탈출구이기도 하다. 시장경제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선진국에서도 IT혁명시대를 맞이해 적극적인 투자 확대로 지속적인 생산성의 향상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인정하는 추세다.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학자들은 정부가 특정산업을 집중육성해서는 안되고 시장실패만을 보정하는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해왔으나 최근들어 IT분야 만큼은 정부의 적극적인 유도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IT혁명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패러다임 전환기에 IT산업 육성의 키는 내수기반 확충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산업은 기술발전속도가 특히 빠르다. 신제품이 등장한 지 불과 2∼3년만 지나도 그보다 앞선 신기술이 등장한다. 국내시장의 기술발전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 만큼 내수 기반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다음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는 훨씬 용이하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현 세계 CDMA장비시장을 국산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IMF 당시 정보통신부는 내수기반 확대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우리 경제가 활력소를 되찾게 하는데 일등공신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벤치마킹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이와함께 막대한 시장수요가 발생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임무도 잊어서는 안된다. 어려울 때 수익경영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패러다임 전환기에 우리 경제가 회생하고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강자로서 부각되려면 무엇을 해야할지 책임있는 공공주체들은 생각하고 실천해야만 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IT혁명은 분명히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bn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