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동시다발적 비행기 납치 테러 참사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남관계보다 대미관계 개선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과거 태도로 볼 때 미국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당분간은 이번 테러사건 처리에 경황이 없을 것이고 불량국가로 지목된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나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서 북한은 남북대화에 매우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북한이 먼저 남북회담을 제의하였고 지난주 15일부터 3일 동안 9개월 만에 제5차 장관급 회담이 열렸다. 경의선 복구 등 몇가지 사안이 타결될 전망이다. 북한의 태도변화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이 미사일방위체제 추진 등의 당면한 목적을 위하여 북한의 테러국가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북한은 부시정권하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미국 일변도의 대외정책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제 가능성 없는 미국에 매달리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를 향한 관계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부시가 당선되자 지난 1월 중국 상하이를 전격 방문하였고 7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하였으며 중국의 장쩌민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였다. 특히 중국의 상하이 푸둥지구를 시찰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놀라운 성과에 충격을 받은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로서는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미국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다면적인 관계개선을 먼저 하고 분위기가 성숙되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한다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의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첫 수순이 남한과의 대화에 응하는 것이다. 남북대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도 점차 해소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의 멍에도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북한내 인권상황 정기 보고서를 최근 17년만에 제출했고 유엔인권이사회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질의 응답에까지 응했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다. 미국 비행기 테러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에 신속하게 외무부 대변인 명의로 테러비난 성명을 낸데 이어 이번 제5차 장관급 회담 대표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미국 테러 참사에 유감을 표시하였다. 북한이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들이다.
지난 9개월간의 장고 끝에 나온 북한의 새로운 대남정책은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으로 더욱 타당성을 얻게 됐다. 제5차 장관급 회담을 위하여 서울에 온 북한 대표단이 과거 어느 때보다 대남관계 개선에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8·15 평양 행사 때에 북한의 민화협 부회장이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는 ‘대사변’에 해당할 만큼의 발전이 있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북한의 지도부가 대남정책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하여 북한이 추구하는 또다른 중요한 배경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98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금강산관광사업을 통하여 3억9000만달러에 달하는 순이익을 얻었는데 최근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육로관광길을 개척하여 이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경의선을 복구하여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될 경우 연간 1억달러에 달하는 통과비를 벌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생존의 돌파구로 삼고 추진하고 있는 IT 산업에 있어서는 남한과의 경협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IT 교류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suhjj@kin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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