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IT업계 별난 취미 2인

 바쁜 일상에 쫓겨 살아가다보면 문득 어릴 적 작은 가슴속 한 귀퉁이에 접어놓았던 잊혀져 가는 꿈들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 비행기조종사, 선장 등. 지금은 이루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옛말도 한 구석에서 나를 부추긴다. 어릴 적 꿈을 취미 삼아 불혹의 나이에 뒤늦게 꿈을 되찾은 사람들을 소개한다.

 최영철 건잠머리컴퓨터 전무(43)는 초경량항공기 기능증명을 취득한 어엿한 항공기 조종사다.

 어린 시절 커다란 비행기가 하얀 구름자국을 남기며 멀리 사라져갈 때마다 탄성을 지르고 ‘빨간 마후라’라는 영화의 주제가를 흥얼거렸던 추억이 불혹의 나이에 그를 조종석에 앉히고 말았다.

 “거의 잊혀진 어릴 적 꿈을 들쑤셔 놓은 것은 어느 젊은이가 기금모금을 위해 경비행기로 세계일주를 한다는 신문보도였습니다. 경비행기를 한국에서도 배울 수 있다길래 수소문 끝에 무작정 안산의 비행스쿨을 찾아가서 등록을 했습니다. 교관을 따라 초경량비행기라고 불리는 이인승 비행기에 타고 체험비행이라는 걸 했지요. 그 때 느낌은 비행기를 탄다는 즐거움보다는 청룡열차의 놀이기구 맨 앞에 혼자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최 전무는 괜히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약간의 후회도 들었지만 이왕 시작한 것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 이후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한시간씩 수평비행, 선회비행, 착륙을 위한 장주비행, 이착륙 연습을 반복한 끝에 어느덧 두려움은 사라지고 세상을 얻은 것 같았다고 한다.

 최 전무는 비행을 하다보면 인생을 배운다는 이론을 편다.

 “착륙할 때는 활주로의 끝을 표적으로 하강하다가 거의 땅에 다다를 때는 수평으로 고도를 잡습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부딪힐까봐 가까운 곳을 보고 수평을 잡으면 정확하게 수평을 못 잡고 다시 떠올랐다가 뚝 떨어져 세게 활주로에 부딪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요. 당장 앞을 바라보기 보다는 멀리 보고 수평을 잡아야 정확하게 수평을 잡아 사뿐히 활주로에 안착할 수 있는 거지요.

 또 착륙이 불안정하다고 판단되면 무리하게 착륙하려 하지 말고 빨리 다시 떠올라 재착륙을 해야 합니다. 이 결정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무사히 착륙할 수도, 혹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기업환경이 어려울 때에는 기업을 운영하는 CEO들도 힘겨운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그동안의 투자가 아까워서 망설이다 실기하지 말고 과감히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눈앞의 문제에만 급급하기보다는 멀리 보고 큰 가닥을 잡아나가면 눈앞의 문제도 해결하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갑봉 삼성코닝 과장(42)은 자전거타기, 달리기, 수영, 스킨스쿠버를 취미로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의 취미는 단순히 즐기는 수준을 넘었다. 자전거타기 경력은 20년을 훌쩍 넘겼고 각종 경기에 참가해 완주한 실력만도 평균을 넘는다. 올해는 철인3종 경기에 이미 두번을 도전했고 세번째 도전까지 모두 완주하는 것이 정 과장의 목표다.

 “어릴 적 만화를 보며 로봇태권브이를 동경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겁니다. 저 자신은 특히 허약한 체질로 잔병치레를 하면서 언젠가는 강철같은 몸을 가지게 될 거라고 막연히 꿈궜습니다.”

 무쇠팔, 무쇠다리를 꿈꾸던 그는 대기업에 입사해 샐러리맨의 길을 걸으면서도 꿈을 키웠다. 이제 그는 철인 경기에서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2년전에는 서울-부산을 자전거로 완주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세발자전거 타기를 좋아했었습니다. 지금은 사이클(경주용 자전거)과 MTB(산악용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며 토요일이면 30㎞가 족히 되는 길을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정 과장은 한강고수부지 자전거도로에서 힘차게 패달을 밟으면 온몸을 감싸고 지나가는 시원한 공기로 가슴속까지 후련해진다고 한다.

 “철인경기의 매력은 내 자신에 대한 도전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근무의욕도 높아질 뿐 아니라 성취감으로 인해서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올초에는 미개척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서 스킨스쿠버를 배웠다고 한다. 매사에 도전하게 만드는 정 과장의 취미는 생활에 톡톡한 활력소 역할을 한다고.

 “무엇보다 몸이 건강하다 보니 체력에 자신이 붙고 정신력도 강해지면서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운동을 하다보면 직업인 홍보에 관련한 아이디어가 샘솟을 때가 많아 이것을 업무에도 접목하고 있습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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