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인 프런티어>(1)장준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정부가 미래기술 개발을 위해 21세기 프런티어(frontier) 연구사업을 시작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오는 2011년까지 총 4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프런티어사업은 주요 전략기술분야에서 선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강점기술을 전략·선택적으로 집중 개발·추진하기 위한 것으로서 기존 연구과제사업과 달리 개별 사업단이 독립적으로 운영 및 과제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 99년 2개 사업, 2000년 3개 사업이 가동됐으며 올해에는 5개 사업이 새로 지정돼 국가경쟁력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따라 본지는 프런티어연구사업의 연구과제 중간점검 차원에서 핵심 연구인력 소개를 통해 국내 과학기술의 전망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즉석 암 진단, 원격진료가 현실로 다가온다.’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독성 실험과 평가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주문형 일회용 플라스틱 마이크로칩을 개발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장준근 교수(34).

 주문형 일회용 플라스틱 마이크로칩은 아직 그 용어조차 생소한 LOC(Lab-On-a-Chip)의 한 종류로 의료용 미소전기기계시스템 기술(Bio-MEMS) 분야의 발전이 가져온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의료용 미소전기기계시스템(MEMS) 기술은 의학 및 생명공학 기술을 포함한 BT기술, 기계 및 전자 공학을 포함한 IT기술, 그리고 재료공학기술이 접목된 NT기술에 대한 포괄적인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첨단 종합과학으로 아직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분야다.

 장 교수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플라스틱 마이크로칩은 개발 그 자체만으로 놀랍기만 한데, 더욱이 올 가을 상용화가 되면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세계시장 선점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특히 자체개발한 고유의 설계 및 제작 프로세스로 주문자의 개별 니즈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실험용 칩 제작을 불과 3∼4일만에 완결할 수 있어 ‘주문형 LOC’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개발품은 미국·독일 등 일부 과학선진국에서도 태동기에 있는 MEMS와 초미세유체현상학(Micro Fluidics) 기술의 융합으로 탄생된 것으로서 약품 개발용 독성평가 외에 향후 의료용·생화학용 실험 등 생화학 및 생물학 연구실에서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장 교수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는 의용생체공학 협동연구과정에서 생명공학분야를 연구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첨단 의용공학에 필요한 인접학문을 모두 공부한 보기 드문 경력을 갖고 있다. 장 교수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혈액유동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혈관질환의 발병 원인과 치료에 대한 원인 분석을 시도, 학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 성과를 인정받아 미 과학연구재단(NSF)의 초청을 받고 루이빌대학 마이크로순환 연구센터, 텍사스 의과대학 등에서 초청강연을 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또 대학원 재학 당시인 지난 90년에는 세계 최소형 한국형 인공심장 설계 및 신뢰성 평가 등을 담당했었고 그후 초소형 작동형 내시경, 초기암 진단을 위한 적혈구 특성 분석용 마이크로 칩, 혈액 응고 분석용 플라스틱 칩들을 연이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장 교수는 이러한 연구 성과물을 학내 연구용으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제품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디지탈바이오테크놀러지(http://www.digital-bio.com)라는 벤처기업을 설립, 개발기술의 산업화도 병행해 나가고 있다.

 장 교수는 “미래의 개인화되고 분산화되는 의료환경에 맞는 첨단 의료기기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의료용 MEMS는 IT·BI·NT의 여러 최첨단 기술이 종합된 미래 고성장 분야로서 한 국가에 있어 이 분야 연구개발 수준이 21세기 발전 가능성에 대한 바로미터”라며 “경제적인 부가가치도 높지만 사회적 기여의 차원에서 국가의 지원하에 지속적으로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단 어떤일을 하나>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단(단장 박종오)은 오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마이크로시스템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세계 톱5 안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기기분야의 캡슐형 마이크로 내시경과 정보기기분야의 마이크로 PDA 관련 기술 개발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캡슐형 마이크로 내시경은 질병 진단기능은 물론 체내에서 검사 및 약물전송을 통한 치료기능까지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또 최근 세계적으로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는 PDA분야에서는 차세대 손목시계형 마이크로 개인휴대단말기(PDA)용 구성부품 및 요소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체내 이동 메커니즘, 마이크로 배터리, 마이크로 영상검출 모듈, 마이크로 송수신(telemetry) 모듈, 저전력형 드라이브 저장장치, 마이크로 가상 디스플레이 기술 및 초소형 통신모듈 개발 등 마이크로시스템분야의 첨단 핵심기술이 총 망라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바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단의 연구가 완료되는 2010년께는 5000억원 규모의 캡슐형 내시경 시장과 20조원 규모의 마이크로 PDA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가지 기술 개발 도중 상용화가 가능한 균열 및 누수검사 마이크로 로봇, 군사용 야간감시장비, 휴대폰용 고출력 전지 등 30여가지 아이템으로 벤처기업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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