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에 따라 반도체주는 물론 전세계 정보기술(IT)주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메릴린치와 CSFB, 골드만삭스 등 굵직굵직한 세계 대표 증권사들이 최근 반도체주에 대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이것이 IT주 전반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확대되며 전세계 증시를 크게 흔들고 있다.
메릴린치의 반도체 바닥론, CSFB의 부정적 반격에 이어 현지시각 13일 골드만삭스는 다시 반도체주에 대한 긍정론을 펼쳤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의 침체는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며 인텔 등 16개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대거 상향, 나스닥시장이 6일간의 하락을 마감하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4일 국내 증시도 삼성전자가 6000원(3.13%) 오른 19만7000원에 마감되고 하이닉스반도체도 165원(10.96%) 상승하는 등 반도체주 중심의 상승세가 나타났다. 모멘텀 부재에 시달리던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아큐텍반도체가 상한가에 오르고 주성엔지니어링·실리콘테크 등 관련주들도 일제히 상승세를 타는 등 ‘골드만삭스 효과’를 만끽했다. 반도체주의 상승세는 여타 IT주의 상승세로 이어져 SK텔레콤·한국통신·LG전자 등 주요 IT주들이 모처럼의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최근 나스닥시장이나 국내증시 모두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에 따라 일주일 간격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말 메릴린치의 반도체에 대한 긍정론으로 일주일간의 ‘반짝 랠리’를 즐겼던 전세계 IT주들은 지난주 CSFB의 부정론으로 나스닥지수가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으며 국내증시도 동반침체를 나타냈었다.
이번 골드만삭스의 반도체 긍정론은 통신용 반도체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 이전 메릴린치의 PC 수요를 통한 반도체 바닥론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골드만삭스의 대니얼 콘 애널리스트는 “가장 먼저 하락을 시작했던 통신용 반도체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케이블과 통신장비에 대한 주문량이 늘고 있는 등 반도체시장은 4분기에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반도체주 투자등급 상향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적이 견해다. 골드만삭스의 주장 역시 반도체 현물가격에는 변동이 없는 가운데 나온 기대감의 표현이며 언제든 반도체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어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에 따라 IT주를 중심으로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골드만삭스의 견해도 더이상 반도체 경기가 나빠질 수 없다는 데 근거한 의견일 뿐 명확한 수치나 근거제시는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경기가 언제쯤 상승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바닥권을 지나고 있다는 공감대는 어느정도 형성되고 있다”며 “중장기를 겨냥한 투자자들이라면 반도체 현물가격 상승 등 뚜렷한 신호가 나오기 전에 주식을 사두는 것은 가능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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