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3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를 보면 낯뜨거울 정도다. 한때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등용문 쯤으로 간주되면서 우수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겨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저가주 매매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제3시장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껌주시장’으로 불린다. 거래소시장에서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식이 담뱃값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빗대서 나온 말이다. 즉 제3시장의 주식은 100원에서 300원대의 껌값 위주로 거래돼 ‘제3시장=껌주시장’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때 수십배의 프리미엄이 붙은 예비 코스닥 주식이 거래되던 시장이라는 인식은 오간데 없다.
제3시장 지정기업 중 지난해부터 코스닥 등록을 추진한다고 선언한 기업은 어림잡아 30여개에 달한다. 코스닥등록 예비심사를 청구하겠다는 기업에서부터, 코스닥기업과의 인수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백도어리스팅)하겠다는 기업 등 코스닥 시장 진출을 위한 방법도 다양하다.
코스닥시장 진출은 기업의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고 영업에도 큰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 제3시장은 물론 장외기업들의 제일 목표일 수 있다. 따라서 관계당국의 일관된 무관심과 투자자들의 외면, 주가폭락이라는 난관 속에서도 제3시장을 탈출해 코스닥으로 입성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과정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가능성없는 아이템이나 영업성과 혹은 주식시장에서는 무의미하다고 판명난 미래가치나 머니게임을 동원함으로써 이 시장을 껌주시장으로 확고히 정착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코스닥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던 일부 기업중에는 최근 수개월동안 루머주가를 맛본 뒤에 ‘없던 일’로 결말을 빚어 다시한번 투자자들을 분노케 했다.
반면 최근 코스닥 시장에 잇따라 진출한 환경비젼21과 한빛네트의 사례는 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에 대해 척박한 토양에서도 제도권 시장에 편입돼 있는 제3시장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인 케이스라는 평가를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의 옥석가리기와 함께 제3시장의 옥석가리기도 병행돼야 할 때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껌주시장이란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3시장 기업들이 말보다는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지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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