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여성 고용해법 모델 `IT기업`

 올해 우리의 화두는 ‘여성’인 것 같다. 1월 ‘남녀 모두에게 공평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는 부처’를 표방하는 여성부가 탄생했고 7월 18일에는 ‘모성보호법’이 통과되어 11월 1일 시행된다. 이 법의 의미는 60일이던 출산 휴가가 90일로 늘었다는데 있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100% 기업부담이던 모성비용을 국가가 일정부분 부담하기로 한데서 찾을 수 있다. 또한 IT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사회에서는 우수한 여성 노동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대졸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54%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정보사회에서 여성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IT분야의 여성을 전략적으로 길러야 한다.

 3F(Fiction, Feeling, Female)로 상징되는 21세기의 사회 현상과 디지털, 온라인, 인터넷과 같은 정보사회의 코드들은 산업사회의 특징인 획일화, 규격화, 폐쇄성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기업들은 여성 인재를 채용하고 키워야 한다. 여성 인재들은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에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접목시켜 경영을 변화시킬 것이다. 디지털시대에는 여성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특성이 사회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필요한 때다.

 IBM의 루 거스너 회장은 “기업은 여성을 도덕적, 윤리적인 이유나 법적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가장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 인력의 활용은 ‘직장과 가정의 조화’ 문제를 기업이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90년대 들어 직장과 가정의 조화는 세계 모든 기업의 공통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IBM은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룬 선두기업으로 직장과 가정의 양립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했으며 HP는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경영의 중요 과제로 여겼다. HP의 남녀 평등의 기업문화는 창업자인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로부터 이어졌고 93년 HP의 CEO가 된 류 플랫은 “직원들의 가정이 HP의 관심사다”고 강조했다. 그런 HP의 관심은 현재 HP관리자의 여성 비율을 25%가 되게 했고 이것은 미국내 최고 수준이다.

 모토로라는 96년 10년 안에 자사의 모든 관리직에 유능한 여성을 배치시킨다는 전사적 과제를 단행했다. ‘조직 및 관리자 개발 리뷰(Organization and Management Development Review)’로 명명된 이 과제를 통해 하위급 및 중간급 관리자들이 여성 인력의 유치와 유지를 책임지도록 했다.

 선진국 유수의 기업들은 여성 인력 확보를 위해 기회평등(Equal Opportunity),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 직장과 가정의 양립 프로그램(Work-Life Programe)을 가지고 있다.

 끈기, 섬세함, 치밀함, 감성이 요구되는 21세기 사회에서는 여성이 가진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모성보호를 여성에 대한 혜택으로 여겨 기혼여성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거나 여성의 사회 활동을 남성과의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는 바람직하지 못한 풍조가 있었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많은 장애 요인이 있다.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심는 교육, 특정 분야에 편중된 여성 인력 양성, 직장 내에서 이뤄지는 성 차별적인 인사 제도 및 관행, 미흡한 모성보호제도, 보육지원 부족, 그리고 일반인의 의식부족은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기업에서 진정한 의미의 남녀 평등이 이뤄지려면 최고경영진이 앞장서서 중심 역할을 하고 남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하는 여성들은 보호받거나 특별대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기회의 평등과 가정과 일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첨단 IT분야는 여성들에게 기회의 땅이고 IT여성들은 그곳을 참다운 디지털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소망이 있다. 이제 그들에게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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