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우수산업디자인 상품전>이젠 디자인이 경쟁력

세계 각국이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 제품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 디자인에 좌우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하이테크 분야를 제외하고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기술격차가 크게 줄었다. 이제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기술이 아니라 감성적인 혹은 인간공학적인 요소에서 찾아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 선진국 문턱에 선 우리에게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기술적으로 더 우수한데도 디자인이 떨어져 저가품으로 취급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디자인이 떨어지는 것조차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고급스럽고 미학적으로 훌륭한 디자인을 엔지니어링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도 기술력의 문제라는 해석이다.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반도체기술을 적용한 디지털가전제품이 쏟아져나오면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소형화·복합화로 치닫고 있는 이들 분야에서는 반도체 칩 설계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디자인을 기대할 수 없다.

 소니의 초박형 노트북컴퓨터 ‘바이오(VAIO)’나 애플컴퓨터의 반투명PC ‘아이맥(iMac)’ 등이 바로 기술력과 디자인의 환상적인 조화를 통해 탄생된 역작이다. 기능적으로 특별히 우수할 것이 없는 이들 제품은 디자인 덕에 부가가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제 디자인은 ‘미다스의 손’으로 등극했음을 반증하는 예다.

 

 GD상품전, 디자인 수준 제고에 기여

 그런 의미에서 해마다 빠짐없이 개최되는 우수산업디자인상품전(이하 GD상품전)은 뜻깊다. 우리 산업디자인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미 전세계 172개국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국가의 산업디자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해왔음은 물론이다.

 85년 시작돼 올해로 19회째(90, 91년 연 2회 개최)인 GD상품전에서는 그동안 7404점이 출품돼 2610점이 우수산업디자인상품으로 선정됐다. 디자인우수제품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는 GD마크는 국내 소비자들의 상품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기업체의 마케팅 자원으로서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1년 GD상품전 대상(대통령상)은 삼성전자에 돌아갔다. 얇고 가벼운 슬림형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노트북컴퓨터 센스Q가 선정된 것이다. GD상품전 개최 이래 삼성전자가 대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가전시대 돌입 후 디자인에 각별한 노력을 쏟아온 삼성이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그동안 LG전자에 고배를 마셔왔던 삼성은 이번 대상 수상을 계기로 디자인에서도 최고임을 만천하에 입증했다.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은 LG전자의 플라즈마모니터 X캔버스가 차지했다.

 이밖에 우수상(산업자원부장관상) 15점에는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만도공조·린나이코리아·웅진코웨이 등 중소전자업체들이 다수 포함됐으며 장려상(한국디자인진흥원장상) 21점에도 동양매직·코리아데이타시스템즈 등이 포함됐다.

 

 전기전자·통신기기 발군의 디자인 과시

 

 올해는 17개 부문(운송·산업·환경·의료·사무 및 문구·주택설비·가구·취미 및 레포츠·교육·기타·전기전자·통신·섬유·생활·귀금속·아동·포장)에 총 750점이 출품돼 249점이 GD상품으로 선정(선정률 33.2%)됐고 이 중 38개 제품이 대상과 최우수상 등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기전자 및 통신기기 분야가 대거 선정됐다는 점이다. 전기전자 44점, 통신기기 48점 등 총 92점이 선정돼 전체 선정작 249점 중 36.9%를 차지했다.

 전기전자 분야는 수상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대상(대통령상)을 비롯,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은 물론 전체 38개 수상작 가운데 전기전자 및 통신기기 분야가 10개나 된다.

 무엇보다 통신기기 중 휴대폰의 경우 출품작이 홍수를 이룬 점이 눈에 띈다. 전체 출품작과 선장작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것. 특히 휴대폰은 노인용·아동용·여성용 등 성별과 나이까지 고려해 다채롭게 디자인된 제품들이 나와 휴대폰 천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적어도 통신기기에서만큼은 디자인 선진국으로 내세울 만하다.

 이번 GD상품전은 조형성·합목적성(25%), 경제성·제작성(25%), 사용성·적합성(25%), 만족성·환경친화성(25%)을 기준으로 매긴 점수를 합산해 선정됐으며 상품전시는 디자인진흥원 홈페이지(http://www.designdb.com)에서 사이버 전시된다.

 

 디자인 선진국으로 가자

 그러나 이번 GD상품전 심사를 맡았던 김철수 심사위원장(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교수)은 “전반적으로 디자인 수준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준차이가 현격한 것이 문제”라며 “디자인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체 사장들의 디자인에 대한 마인드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 GD상품전에서도 확인했듯 우리의 디자인 수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 제품의 경우 세계 유수의 기업과 경쟁해도 될 만큼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다가는 한수 아래라고 여겨왔던 중국이나 대만에 뒤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오는 10월에는 서울과 분당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디자인 행사인 ‘제22회 세계산업디자인대회(ICSID 2001 서울)’가 개최된다. 디자인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산업디자인대회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것은 세계가 우리 디자인을 주목한다는 의미다. 세계의 눈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자.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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