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취침. 6시 기상.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의 등교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면 8시. 이포넷(http://www.e4net.net) 이수정 사장(37)의 하루는 몇 년째 이렇게 시작된다. 95년 설립된 이포넷이 6년 만에 XML/EDI 전문업체로 우뚝 선 것도 이 사장의 몸에 밴 부지런함이 한 몫 했을 성싶다.
이 사장이 경영자의 길을 걷기까지의 과정은 여성에게 던져진 무수한 굴레와 제약조건들을 극복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장의 첫번째 직장은 군수업체였던 대영전자. 그러나 86년 서강대 전산학과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대영전자의 관례는 여자 연구원을 뽑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이 사장의 입사성적이 월등히 우수한 데다 자신감있고 당당한 태도가 후한 점수를 얻어 대영전자 여자 연구원 1호로 기록됐다. 대영전자가 그 이듬해부터 여직원을 정기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90년에는 동진정보통신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EDI 시장에서 국내 최초의 EDI 시스템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내는 성과를 이뤘다. 이 사장이 개발한 EDI시스템은 유수의 외산 제품을 따돌리고 무역정보통신(KTNET)에 적용돼 국산 EDI 기반 기술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이 사장의 도전의식과 끈기는 이포넷을 창업 6년 만에 영종도 국제공항 입찰시스템, 조달청 운송시스템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알짜 벤처기업으로 올려놓은 원동력이 됐다.
이 사장도 창업 1년째와 IMF 시기에는 큰 시련을 겪었다. “기업 경영이 힘들다는 것이 무엇인지 IMF 시기를 통해 절실하게 알았다”는 것이 이 사장의 회고다. 그러나 이 사장 특유의 오기와 낙천성이 위기를 넘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더욱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직원해고나 임금체불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때문인지 그때를 함께 잘 버틴 직원들이 지금 이포넷의 든든한 밑천이 되고 있다. 이 사장은 지금도 ‘회사의 수익과 미래를 모든 사원과 공유하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것을 이포넷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포넷은 현재 자체 개발한 B2B 솔루션의 통합화 등을 목표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마지막으로 “모든 금기에 도전해온 전력질주의 시간들이 현재 기업 경영에 큰 밑천이 되는 것 같다”며 “이 같은 경험을 후배 여성 CEO들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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