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델타IMC 사장 kim@deltaimc.com
해외시장 진출은 많은 IT기업의 화두다.
특히 이제까지 한국 기업들의 주요 해외진출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는 주문생산이나 하청방식이 아닌 자체 상품을 갖고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 자체 상품으로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에 먹힐 만한 상품을 만들고 영업 및 마케팅도 외국인 입맛에 맞도록 벌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외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도 그에 걸맞게 진행할 것인가. 그 해답 일부를 인도 인력활용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적인 IT기업들은 상품기획과 마케팅 능력만을 갖추고 실제 상품제작은 인도에 하청을 줘 주문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인도는 서구식으로 훈련된 수십만명에 달하는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인건비까지 저렴해 세계적인 기업의 SW개발 용역작업을 대량으로 수주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60∼70년대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신발, 섬유 산업 등에서 선진기업의 하청생산을 한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 한국은 높은 인건비 구조로 인해 IT분야에서 인도와 같은 하청방식의 수출은 경쟁력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IT기업이 할 수 있는 해외진출은 자체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결합하는 방식이 유일하다. 자체 마케팅은 기존의 하청방식 수출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 마케팅을 위한 자금, 마케팅 능력 등이 새롭게 요구된다.
바이어가 규격, 수량, 기한, 비용까지 지정해 주고 그것을 맞추는 방식과 달리 스스로의 힘으로 외국시장에 나가려면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시장을 읽는 정보력도 필요하다. 즉 기술력, 비용절감, 납기단축 등이 그동안 하청방식의 수출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면 외국어 구사능력 등 보다 문화적인 부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것이다. 사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은 그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말이 통할 때 뜻과 느낌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도 인력은 단지 저렴한 노동력뿐만 아니라 선진기업의 많은 용역개발을 통해 글로벌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많은 IT기업들이 해외진출하면 연상하는 것은 현지 전시회 참가, 지사설립 등이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직접 현지에 가서 가망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함이고, 지사를 세우면 현지 정보도 입수하면서 직접 본사 직원이 시장개척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등의 이유를 든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한국인이 작성한 한국풍 영어로 된 카탈로그에 영어상담이 자유롭지 못한 직원을 내보내곤 한다. 한마디로 제품을 소개할 충분한 언어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기술만 믿고 참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시장에 자체 제품으로 진출하려면 진출 막바지 단계에서 포장만 바꾸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개발단계에서부터 국제화를 생각해서 만들고 작업도 그렇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도인을 활용해 국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큰 이득은 저렴한 인건비가 아니라 오히려 국제화된 감각이다. 사내에서부터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작업해 외국시장에 내보낼 수 있는 기반을 씨뿌리는 단계에서부터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끼리 모든 것을 다할 필요가 없다. 한국인의 장점을 살리고 다른 외국인의 장점을 결합해 우리 제품으로 잘 포장해 내놓으면 그만이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 한때의 유행이 아닌 기업의 전략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세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업무 프로세스, 인적 구성부터 바꿔
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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