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규격인증기관인 미국보험자협회시험소(UL)가 국내 주요 인증기관과의 합작인증기관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국내 인증사업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합작사 설립이 국내 인증사업의 해외경쟁력 제고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과 함께 자칫 국내 인증기관의 미국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반된 시각이 엇갈려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기술표준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UL본사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국내 주요 인증관련 기관 및 단체를 방문해 합작인증기관 설립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국내 합작 주체와 구체적인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산업기술시험원(KTL), 전기전자시험연구원(KETI), 전자파장애공동연구소(ERI) 등이 국내 합작 주체로 거론되고 있다.
합작인증기관이 설립되면 국내 기업들은 UL인증을 받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3개월 이상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낮아져 UL인증을 지금보다 쉽게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UL의 인증 노하우를 받아들 수 있게 돼 인증분야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또 UL측은 기술표준원이 인정하는 인증업무를 합작인증기관을 통해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업무영역 및 인지도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유럽(C마킹체계)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증 표준에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미국(UL체계)의 영향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내 인증전문가들은 이번 UL의 국내 합작사 설립이 자칫 국내 인증기관의 미국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만약 운영 주체가 국내 인증기관이 아닌 UL로 넘어갈 경우 양방향 인증을 통한 국가 아이덴티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UL의 국내 합작사 추진과 관련해 기술표준원 방오균 과장은 “합작사가 만들어져 국내 기업들은 이 합작사에서 인증을 받으면 제품에 대해서까지 미국으로부터 인증을 받게 된다”며 “이는 지금까지 시험결과만을 미국과 한국이 상호 인정하던 체제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UL의 한국지사인 UL코리아측은 이와 관련, “미국 본사와 국내 기관간에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사 입장에선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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